진행 속도 빠른 ‘소세포폐암’…효과적 약물치료법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안명주 교수 발표
탈라타맙 투여 용량·주기 밝혀내
국내 연구진이 사망률이 높은 폐암 중에서도 진행 속도가 빠르고 생존율이 낮은 ‘소세포폐암’의 치료 효과를 높일 새 약물치료 전략을 발표했다.
3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안명주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소세포폐암 신약 ‘탈라타맙(Tarlatamab)’이 2차 치료제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저명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발표했다.
소세포폐암은 세포 크기가 작아 붙은 이름으로, 비(非)소세포폐암보다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졌다. 수술보다 약물을 통한 항암치료에 주력하는데 1차 치료에 반응이 없다면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제한적이다. 2차 치료를 하더라도 약물에 반응하는 기간이 짧아 생존 기간이 8개월을 넘기기 어렵다.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10~15% 정도로 환자가 적은 탓에 관심도 비교적 낮아 소외된 암으로 불린다.
안 교수 연구팀은 이 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해 탈라타맙과 같은 이중항체 신약에 주목했다. 이중항체 신약은 암세포와 면역세포 두 곳 모두에서 발생한 항원을 인식하는 약물이다. 암이 면역세포를 회피하려 하더라도 면역세포인 T세포를 암세포 앞으로 직접 데리고 가서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작용을 한다.
연구진은 현재 개발 중인 탈라타맙이 환자 안전을 지키면서도 최대 효과를 낼 새 치료 전략을 찾기 위해 세계 17개국에서 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 220명을 모집한 뒤 무작위로 나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에 따라 각각의 환자군에 탈라타맙의 용량을 10㎎과 100㎎으로 구분해 투여한 뒤 치료 반응과 부작용 등 예후를 살폈다.
그 결과 예후 개선 및 부작용 감소에는 10㎎을 2주 간격으로 투여하는 것이 환자에게 최적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적 관찰 기간에 객관적 치료 반응이 나타난 환자 비율은 ‘10㎎ 그룹’이 40%로, ‘100㎎ 그룹’(32%)보다 높았다. 암이 더 진행하지 않고 생존한 기간의 중앙값 역시 10㎎ 그룹이 4.9개월로, 100㎎ 그룹(3.9개월)보다 더 길었다. 부작용도 10㎎을 투여했을 때가 더 적게 나타났는데, 과도하게 발현된 면역세포로 인한 ‘사이토카인 폭풍’이 10㎎ 그룹은 51%, 100㎎ 그룹은 61%에서 일어났다.
안 교수는 “소세포암은 단계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확 퍼지곤 한다”면서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돼 치료가 어려운데 마땅한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라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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