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손길모양
이은우의 개인전 <손길모양>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어린이갤러리에는 어린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일 손으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 도슨트의 질문에 어린이들은 블록 쌓기, 밥먹기, 태권도라고 답한다. 도슨트는 마우스클릭과 휴대폰 터치를 제일 많이 한다고 말하며, 어린이들은 어떤지 물었지만, 이 어린이들은 아직 디지털 디바이스의 세계에 발을 딛기 전인가보다. 장난감 놀이라고 답한다. 도슨트는, 작가가 매일 손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그리기’라고 말하면서, 어린이 일행을 이끌고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이은우는 작업실에 도착하면, 한 시간 타이머를 맞추고 특별한 무엇을 그리겠다는 목적 없이 손이 가는 대로 그리는 시간을 즐긴다. 생활습관처럼 반복하는 ‘그리기’의 시간, 작가는 몰입의 기쁨을 만끽한다. 작은 점이 찍힌 종이에서 시작한 그리기는, 모눈종이로 옮겨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입체 형태로 변주된다. 작업이라는 노동이 선사하는 몰입의 경험과 가치가, 작가의 손길이 섬세하게 오고 가는 물질의 질감을 통해 전해진다. 나무, 금속, 돌, 가죽, 인테리어 필름지, 털실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촉감의 세계가 단순하고 복잡한 형태들과 만나면서 질감의 뉘앙스를 풍부하게 만든다.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나무, 황동, 털실, 비즈, 와이어, 소가죽, 자갈로 구성한 작품 ‘주름’에 멈춰섰다. 모니터 액정의 매끄럽고 차가운 질감이 세상의 다양한 촉감을 시각이미지로 획일화하고, 눈으로 촉감을 상상하도록 유도하는 시대는 주름을 반기지 않지만, 작가가 집요하게 매달려 포착하는 물질들의 질감은 서로 다른 세계가 마주치는 것처럼 충돌과 조화를 오가며 여전히 아름다운 깊고 얕은 주름의 촉감을 전한다.
김지연 전시기획자·소환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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