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니 160억원 투자금 몰린 이곳… 삼성전자-SK하이닉스 앞선 이 기술[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빅데이터 초고속-저지연 처리하는 최신 CXL 시스템 개발
글로벌 표준 규약 발표 4년 전부터 관련 핵심 기술 연구
KAIST 교수가 창업 “IP 기업으로 세계 CXL 생태계 확장”
컴퓨터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CPU·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일대일로 연결된 것이 기본 구조다. 게임처럼 그래픽 관련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이를 전담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프로세서가 나왔다.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AI 가속기라는 프로세서가 덧붙여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프로세서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그 수가 늘어나면서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의 데이터를 읽고 쓸 때 병목 현상이 생길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AI와 빅데이터의 시대가 되면서 프로세서와 메모리, 그리고 시스템 내 다른 장치 간에 더 효율적인 통신 방식이 필요해졌다. 2019년 인텔이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인터페이스 기술을 새로 제안한 배경이다. CXL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프로세서와 스위치 등 다양한 장치를 빠르게 연결해 여러 장치가 충돌 없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 규약이다. 기존에는 컴퓨터가 프로세서 중심으로 메모리가 블록으로 한데 묶인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대용량의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다양한 프로세서들이 자유롭게 메모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컴퓨팅의 기본적인 구조가 바뀌는 셈이다.
KAIST 정명수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44)가 지난해 8월 창업한 파네시아는 CXL 기반 반도체 설계자산(IP)과 CXL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 반도체 설계를 공부한 정 교수는 CXL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되는 메모리 확장 및 캐시 일관성에 관한 연구를 첫 CXL 규약 발표 4년 전인 2015년부터 연구했다. 최신 CXL 3.0 규약을 기반으로 한 컴퓨팅 솔루션을 올해 여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현재까지도 해당 솔루션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9월 말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만난 정명수 파네시아 대표이사는 “많은 기업이 CXL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적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곳은 없다”며 “우리 사업의 목표는 CXL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초대형 빅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아마존이나 구글, 그런 곳에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자체적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 AI를 운영하려는 회사, 그리고 메모리 제조업체 등이 파네시아의 잠재적인 고객사들이다.
●세계 최초의 CXL 기술들 선보여 와
2020년 11월 CXL 2.0 표준이발표되자 파네시아는 1년 반 정도 만에 세계 최초로 CXL 2.0 기반의 솔루션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유즈닉스연례회의(USENIX ATC)에서 파네시아의 연구결과가 인정을 받아 세계 최초로 종단(CPU와 메모리, 스위치 등 시스템 내 모든 요소) 간 CXL 2.0 솔루션을 공개한 기업이 됐다.
올해 8월에는 CXL 3.0 기반의 고용량 메모리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미국 샌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멀티-테라바이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정 교수는 “2015년에 캐시 일관성 기술을 연구하면서 생각했던 개념이 생각보다 빨리 CXL 3.0에 적용되었으나 관련 특허와 기술 개발 내용들을 토대로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개념이란 여러 프로세서가 대용량의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만화책이 아니라 웹툰으로 구현된 만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만화책은 누군가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웹툰은 누군가가 보고 있더라고 다른 사람이 같이 볼 수 있다. 캐시 일관성이 지원되면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든 내용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작업 요청이 있을 때 메모리의 내용을 따로 넘겨받지 않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파네시아는 내년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전시회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해 CXL 기반의 AI 가속기 프로토타입을 시연할 계획이다.
●KAIST 교원 창업
정 대표는 스토리지 및 반도체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2006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일했고, 이후 2013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2013~2015년에는 텍사스주립대 교수를 지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 교수를 거쳐 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 재직 중이다. 국내에 있으면서 SK하이닉스사장단 자문위원회(2016~2020년)에서 활동했고, 삼성종합기술원 자문위원(2020~2021년)도 지냈다. 컴퓨터 아키텍처 및 운영체제 관련 최우수 및 우수 논문 125편가량을 발표했고, CXL 기술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창업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엔지니어링에 가까운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산업의 흐름을 알게 됐고, CXL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널리 알리고 산업적으로도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CXL 개념이나 기술의 유용성을 모르는 기업들이 많아 CXL 기반 IP를 활용해 AI가속기나 메모리확장기 같은 제품을 시범 생산해 직접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메타의 추천 기능 등에 적용했을 때 기존 방식보다 월등히 높은 속도로 구동된다”고 했다
●“ARM 넘어서는 세계적인 CXL반도체 IP사가 목표”
CXL 관련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CXL 기반 메모리들을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
정 대표는 “2030년이면 CXL 시장이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앞선 기술과 연구개발에 진심인 젊은 엔지니어들, 그리고 대규모 시장 잠재력 덕분에 설립 1년여 만에 시드 투자를 받을 때 1034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1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과 함께 세계 최초 CXL 기반 IP는 물론이고 다양한 반도체 IP들, 그리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모두 수출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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