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미술관 8편]미술 대중화되었는데…교과서는 '제자리'
[EBS 뉴스]
EBS 뉴스는 지난 9월부터 교과서 속 미술작품을 생생하게 재해석하는 기획 보도를 이어왔는데요.
틀에 박힌 미술 교과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술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 교육 현장엔 어떤 과제가 필요할지 짚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이건희 컬렉션 공개 이후
근대 미술 '인기'
미술 교과서 속 작가는
설명 없이 '그림만'
실습 위주 수업이라지만,
교양 자료는 태부족
미술 대중화와 교과서 괴리,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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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교과서 미술관을 기획한 최이현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최 기자, 미술과 교양에 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근대 작가를 중심으로 한 전시가 꽤 많았어요?
최이현 기자
네 맞습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욱진 화백의 전시를 비롯해, 소마 미술관에서도 한국근현대미술전을 열었고요.
양주 시립미술관에서도 추상미술의 개척자들이란 주제로, 근대 작가들의 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또 이응노 화백의 그림들도 미디어 아트로 재탄생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근대 미술에 대한 인기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유가 뭡니까.
최이현 기자
무엇보다 이건희 컬렉션의 여파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쉽게 볼 수 없었던 진귀한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동시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 최근 MZ 세대들의 놀이 문화와도 관련이 되어있는데요.
한 전문가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문화가 유행하면서, 미술관 인증샷이 그 놀이문화의 한 부분으로 편입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트페어이자 미술 축제, 프리즈 등의 행사가 국내에서 진행되면서,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하지만 정작 학교에서 미술을 다루는 교과서는 여전히 이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요?
최이현 기자
네 맞습니다.
교과서 미술관 시리즈가 기획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중고등학교 미술 검인정 교과서는 15종입니다.
2015 교육과정 기준이고요.
15종 미술 교과서 내용을 분석해봤는데요.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을 보면, 작가와 작품명 정도의 간단한 표기만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기엔 설명이 너무 부족한 거죠.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 대표작이 아닌 경우도 상당해서, 미술 이론을 제대로 다루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만용 수석미술교사 / 경기 배곧중학교
"참고 자료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아 이런 식의 수업 내용을 할 수 있구나, 이런 내용이 있구나 정도를 자료화할 수는 있지만 (교과서를 바탕으로) 다른 수업 또는 실습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수업 한다)."
이렇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 미술 교과서를 수업에 직접 사용하는 비율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교과서 교육 목표를 바탕으로 교사가 직접 재구성해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미술은 사실 실습 위주의 수업이 많지 않습니까?
최이현 기자
실제 미술교사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90%에 가까운 선생님이, 주된 강의 방식을 그리기나 만들기 같은 실습으로 꼽았습니다.
이론과 실습 비율이 정해져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미술교사 재량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술 이론에 대한 수요도 분명 있고, 필요한 부분도 있죠.
현재 교과서로는 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선, 미술시간이 유희로 끝나버리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미술은 실습 외 서술이나 토론, 발표 등의 평가방법을 이용하는 경우가 극히 적기 때문에 미술 교과의 본질을 배우는 데 한계가 있는 건 아니냐, 하는 우려도 나옵니다.
서현아 앵커
학교 교육을 보완하는 것 외에도 미술을 더 많은 사람이 폭넓게 즐기는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 과제가 있을까요?
최이현 기자
네, 근현대 미술은 현재 저작권법상 작가의 사후 70년 동안 저작권이 보호됩니다.
전문가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근화 법률상담관 / 한국저작권협의회
"(저작권은) 재산권이기 때문에 이게 그냥 저작권법에 의해서만 규정이 되는 게 아니고 일반 법에 의해서 또 규정이 되는 거기 때문에, 이제 사적 자치 사적 계약의 원리에 따라서 그냥 본인들이 합의를 하시고 정하시는 대로 계약이 이루어지죠."
저작권은 정확한 요율이 없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입니다.
논문에 작품 인용을 하거나, 수사나 보도 등에 사용될 때는 예외에 포함되는데요.
최근에는 예외 사항이었던 보도에서도 저작권자의 손들어준 판례가 나오면서, 저작권자와의 협의가 중요하게 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른바, '저작권 사냥꾼'들이 건당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요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올해 유독 이중섭 작가와 관련한 서적과 포스터 등이 많이 발표됐는데요.
이중섭 작가의 저작권이 풀린 이유가 큽니다.
자유로운 연구도 가능해진 겁니다.
저작권과 작가에 대한 인기, 대중화에 미치는 영향, 이 구조도 고려해볼 만한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오히려 반대의 상황도 있었다고요?
최이현 기자
맞습니다.
근대 작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작가들이 있죠.
왜 유명한 사람들만 계속 언급되고 소비되는지 궁금하신 분들 있으시죠.
교과서 미술관 취재를 하다 보니, 우리나라 근대 미술,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작가지만, 저작권자가 확인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표작 위치를 알 수 없는 사례도 있었고요.
또 전쟁 중에 작품들이 분실되는 등의 근대사의 아픔을 함께 경험한 이유로 취재가 어려운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유명한 작가만 계속 언급되고, 전시되고, 연구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연구나 역사적 차원으로 접근해,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해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미술 대중화를 위한 토대가 꾸준히 마련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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