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훈의 배구칼럼] '위기의 한국배구', 유소년 선수 육성이 답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끝나고 배구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61년 만의 남녀 동반 노메달이라는 수모는 배구인을 비롯 많은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국내 프로배구리그인 V리그를 두고 아시아 최고 수준은 물론 세계 최고의 대우를 받는 선수들의 잘못이라는 의견부터, 대한배구협회에서 국제 성적이 좋은 여자 배구에만 신경을 써서 남자 배구에 소홀했다는 의견 등 '책임론'을 두고 여기저기 도배됐다.
남자배구 임도헌 감독, 여자배구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물러나면서 참패에 대한 책임을 졌다. 하지만 지도자만 바뀌면 해결이 되는 문제일까?
나를 비롯해 대한민국 배구를 바라본 전문가들은 '책임론'이 아닌 이미 예고된 참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도자만 바뀌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매번 지도자만을 바꾸는 이런 방식이 아니라 정확하게 무엇이 문제인지 체크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지난 7월 한국 배구연맹은 대한민국 대표 오른쪽 공격수 김세진 전 감독을 경기 운영 본부장으로 앉혔다. 김세진 본부장 역시 배구인으로서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고 유소년 육성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 우리 배구인들이 배구를 다시 살리고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성적을 내려면 지금부터 체계적인 유소년 육성만이 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범 답안지는 나와 있지만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너무나 많다.
우선 유소년을 가르치려면 유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다만 선뜻 유능한 지도자가 유소년을 맡기란 힘든 현실이다. 단기간 내 성적을 내지 못하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초중고 지도자들의 처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교권 문제로 학교 선생님들이 길거리에 나가 한 목소리로 교권 침해에 대해서 소리 높여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운동부 지도자 역시도 교권 침해를 비롯한 다양한 고충이 있다.
실제 본인의 자녀가 경기를 뛰지 못하면 여러 가지 구실로 지도자에게 항의하고, 또 학교에 민원을 넣어 지도자를 괴롭히는 등 현 운동 지도자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 수도 없이 많은 것에 비해 보수는 최저시급 수준인 현실에서 유능한 지도자가 나설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배구 경력이 짧은 사회 초년생들이 지도자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러 구단에서도 유소년 배구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구단 자체적으로 유소년 클럽을 만들어 노력을 쏟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구단은 선수 육성 보다 홍보 목적으로 유소년 배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배구 종목의 기능적 특성상 타 종목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고 학교 체육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구단 유소년 배구 교실은 구단 입장에서 최고의 홍보수단이기 때문이다.
또 배구 구단 사무국은 다른 종목에 비해 적은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명이 여러 분야 업무를 담당하고 또 양적으로도 많은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구단 유소년 배구 클럽까지 관리하기는 힘든 것도 유소년 배구 성장을 막고 있다.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프로 구단에서 유소년 배구클럽 운영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또한 현재 국내 배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 중 하나다. 배구 연맹에서도 구단 유소년 배구클럽 육성을 위한 유능한 지도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더 좋은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도 개설하여 새로운 지도자들을 육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 스포츠클럽 9인제 배구 역시 바꿔야 한다.
2023학년도 서울특별시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배구대회에 참가한 243개 학교에선 3849명의 학생이 대회에 참여했다. 잠재적 배구 팬이자 미래의 배구 선수들이 서울에서만 무려 4000명이라는 의미다.
학교 스포츠클럽은 9인제 배구를 채택하고 있다. 9인제 배구는 우리나라에서는 1945년 조선 배구 협회가 발족하며 시행됐고, 1958년부터 6인제가 도입됐다. 이후 9인제 배구는 세계배구가 6인제로 구성되는 추세에 밀려 1962년 자카르타 제4회 아시아 경기 대회를 끝으로 공식시합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9인제 배구가 생활체육을 무대로 활성화되어 있다.
대한배구협회에서는 서울교육청에 9인제 배구 대회를 6인제로 바꿔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다고 하지만 교육청 입장에서는 어려운 6인제 보다는 이미 친숙한 9인제 배구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을 살펴보면 생활 체육이 매우 잘 되어있다. 구 대회, 시 대회, 도 대회 예선전을 통해 우승팀만 전국대회에 참여할 수 있고, 재능 있는 학교 선수들을 뽑아 다시 시 대표팀, 도 대표팀을 만들어 또 대회에 참가한다. 이러한 시스템 덕에 각 지역을 연고지로 한 프로팀 혹은 실업팀은 지역 대표에게 자연스럽게 각종 후원과 지원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학생 선수들은 엘리트 선수로 발탁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일본은 유소년 발굴 및 체계적인 선수 육성을 통해 제2의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실제 2022년 세계배구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챔피언인 프랑스와 5세트 듀스의 끈질긴 접전을 벌이고, 2023년 VNL에서는 브라질, 이탈리아를 꺾는 강력한 경기력으로 46년 만에 세계대회 동메달을 차지하는 등 그 결실을 보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프로 배구에서 새로운 스타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과거의 영광과 영웅에 기대어 아직까지 리빌딩 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배구를 지금이라도 직시해야 한다. 모든 배구인들과 배구를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배구 관계자들 모두가 반성하고 바꿔 나가야 할 숙제다.
- 필자 약력 -
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우리카드 위비, 우리카드 한새, 우리캐피탈 드림식스 선수현 우리카드유스클럽 총괄감독, 성동고 체육선생 , 송례중·청운중 스포츠클럽 강사
스포츠한국 김동찬 기자 dc007@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달수빈, 관능적인 비키니 자태…늘씬한데 볼륨까지? - 스포츠한국
- 김희정, 물 속서 수영복 입고…'꼭지' 아역 잘 컸네 - 스포츠한국
- [인터뷰] '이두나!' 수지 "잇단 연기 호평에 당황…스스로 확신 얻었죠" - 스포츠한국
- 1,2세트 한정 ‘되는 집’ 페퍼, GS칼텍스 ‘쿠바특급’ 폭격에 무너졌다[초점] - 스포츠한국
- 오또맘, 타월 한 장만 두른 채 즐긴 호텔 스파…터질 듯한 볼륨감 - 스포츠한국
- 미스맥심 이아윤, 섹시한 절개 원피스 화보…진짜 같은 술 취한 연기 - 스포츠한국
- '환승연애2' 김지수, 가슴골 다 드러낸 블랙 드레스 핏 '완벽 S라인' - 스포츠한국
- 강인권 감독, '4차전 쿠에바스' 알고있었다… “1차전 그 투구수에서 내릴 때”[PO4] - 스포츠한국
- 송해나, 군살 제로+늘씬 자태…“모델 포스 미쳤다” - 스포츠한국
- 김갑주, 권수진과 우정 보디프로필…볼륨감도 섹시함도 X2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