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에게 기후위기는 몇 순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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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내년 정국 구상 우선순위에 '기후위기'는 몇번째일까.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선순위라는 단어는 기만일 정도지만, 대통령의 내년도 우선순위에 기후위기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기후' '탄소중립' '온실가스' 같은 단어들은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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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내년 정국 구상 우선순위에 ‘기후위기’는 몇번째일까.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선순위라는 단어는 기만일 정도지만, 대통령의 내년도 우선순위에 기후위기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기후’ ‘탄소중립’ ‘온실가스’ 같은 단어들은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인 ‘원전’(원자력)은 세번 등장했지만, 가장 빠르게 보급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국정의 방향과 우선순위가 담긴 정부의 예산안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에서, ‘기후’는 배제됐다.
내년도 구상에서 기후를 배제해놓고도 우리 정부는 이번달 30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국가 정상, 장관, 기후활동가들이 모이는 기후 대응에 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회의다. 앞서 윤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에서 원전을 중심으로 하는 무탄소에너지 플랫폼인 ‘시에프연합’(CFA∙Carbon Free Alliance)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는 제28차 당사국총회에서 ‘시에프이(CFE∙Carbon Free Energy) 이니셔티브’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더욱이 아랍에미리트는 우리가 최초로 원전을 수출한 국가라는 상징성도 있다. ‘1호 영업사원’인 윤 대통령이 두바이에서 직접 ‘시에프이 이니셔티브’를 홍보할 가능성도 있겠다 싶다.
우리 정부가 ‘원전 영업’만 할 것이 아니라면, 탄소중립에 대한 진정성도 보여줘야 한다. 올해 1월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전임 정부의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비교하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은 30.2%에서 21.6%로 대폭 줄고, 화석연료(석탄+엘엔지) 비중은 41.3%(21.8%+19.5%)에서 42.6%(19.7%+22.9%)로 비슷했다. 원전 비중을 8.5%포인트 올리는 과정에서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희생시켰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후위기가 중요해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모순이 생기는 지점이다. “기후위기를 핑계로 원전 확대에만 나선다”는 기후·환경 단체들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제11차 전기본 수립을 앞두고 화석연료 감축을 대폭 강화하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6일 대통령 소속 탄소중립 정책 심의·의결 기구인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출범에 맞춰 위원들과 오찬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제사회에 어떤 회의를 가도 기후변화, 환경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는 어떠한 얘기를 끌어낼 수 없을 정도로 (기후변화는) 인류 전체가 가장 관심을 갖는 화두가 됐다.” 윤 대통령은 그 이후 올해 네번 열린 탄녹위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과 이행을 각 부처와 당에 각별히 챙기라고 지시했다는 소식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기후위기는 ‘취임 1년 반 동안 93개국과 142회 정상회담’을 하거나 ‘원전 영업’을 할 때만 선택적으로 활용되는 의제가 아니어야 한다.
기민도 기후변화팀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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