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센 혁신안…당 '3대 핵심 축' 압박한 인요한 [인요한 ‘2호 혁신안’ 파장]
조병욱 2023. 11. 3. 18:32
당 지도부·영남 중진·윤핵관 연일 압박
주호영·윤재옥… 3선 이상 3연임 16명
“상징적 의원들 용단따라 향방 갈릴 것”
‘하위 20% 공천 배제안’도 반발 일 듯
“희생 포장… 비민주적 월권” 일각 비판
김기현 “정식 논의 거쳐 판단” 말 아껴
주호영·윤재옥… 3선 이상 3연임 16명
“상징적 의원들 용단따라 향방 갈릴 것”
‘하위 20% 공천 배제안’도 반발 일 듯
“희생 포장… 비민주적 월권” 일각 비판
김기현 “정식 논의 거쳐 판단” 말 아껴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내년 공천과 관련해 당 3대 핵심 축인 지도부·영남 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험지 출마를 강력 권고하자 당이 크게 술렁였다.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 든 만큼 이번 권고안이 미칠 파장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기득권이 결단해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3일 국민의힘 영남권 한 중진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공관위원회 등의 절차도 남아 있고, 공감대를 얻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국민의힘 대구·경북(TK) 지역 한 인사도 통화에서 “예상보다 센 혁신안이 나왔다”며 “3대 세력의 상징성 있는 의원들 반응에 따라 결국 다른 의원들도 그 방향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 위원장이 지목한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대상은 당 지도부, 중진, 윤핵관으로 요약된다. 당 지도부에선 김기현 대표(울산 남을)의 거취 표명이 다른 지도부 인사들의 수용 여부와도 연동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즉답을 피했다.
인 위원장의 권고는 혁신위 공식 안건은 아니지만 혁신위원 전체의 공감대 속에 나왔다고 한다. 혁신위 대변인 김경진 혁신위원은 “혁신은 국민적 지지와 동의가 필요하고, 혁신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큰 부분과 관련해 위원장이 우선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혁신위원들도 이를 두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전략적으로 과연 공천심사위원회에 구체적인 룰(규정)로 강제할 수 있을지와 관련해 다양한 견해가 있었다”며 “실제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이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 이분들의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위원들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혁신위는 이날 발표에 앞서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혁신위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을 불러 특강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 최 의원은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쇄신을 위해 김 대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인물이다.
김 대표와 함께 중진 스타급 인사로 인 위원장이 직접 거론한 5선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의 결정도 험지 출마 요구를 받은 중진들의 응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 의원 31명 중 세 번 연속으로 연임한 의원은 16명이다. 대구 의원 중 3선 이상 중진은 주 의원과 윤재옥 원내대표 2명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 의원에게 무조건적인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요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당 안팎의 거듭된 쇄신 요구가 이어지는 만큼 마냥 무시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윤핵관 중 3선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과 4선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의 입장이 다른 친윤계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친윤계 이용 의원이 당초 서울 송파구 출마를 타진하다 경기 하남 출마로 선회했고, 대통령실의 전희경 정무1비서관의 경기 의정부갑 출마설 등이 나오는 등 친윤계 수도권 출마 분위기와 맞물려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윤계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 가능성이 언급됐으나 당은 공식 부인한 바 있다.
이날 혁신위가 내놓은 현역 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는 혁신위 2호 안건으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당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통상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는 공천 결과로 이뤄지지만 ‘하위 20%’를 특정한 만큼 당이 이를 수용할 경우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또 함께 채택된 의원 정수 10% 감축안도 결국 사실상 공천 규모 축소로 이어지는 만큼 이에 따른 내년 공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인 위원장의 혁신안에 대해 “당장은 여당에 큰 파장을 미치겠지만 어느 정도 수용이 이뤄진다면 야당에도 이에 준하는 인적 쇄신 요구가 생겨날 것”이라며 “푸른 눈의 메기가 들어와 판을 크게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비윤(비윤석열)계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안이 어떤 취지인지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희생’이라는 단어를 포장해 반헌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월권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정치인의 출마와 당선은 정치인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기계적인 불출마와 지역구 이동을 요구하는 건 유권자의 수준을 낮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병욱·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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