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아시아나 이사회 논란…뒷말 나오는 이유

김정연 기자 2023. 11. 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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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부를 분리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한 가운데, 그 결정이 나온 배경에 대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날 이사회에는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 1명과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배진철 전 공정거래조정위원장,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4명이 참석했습니다.

SBS Biz가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원유석 대표이사와 박해식 선임연구원, 윤창번 김앤장 고문 3명은 아시아나 화물 매각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배진철 전 위원장은 기권했고, 강혜련 교수는 중도 퇴장했습니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화물 매각 여부보다 이날 이사회를 더 뜨겁게 달군 사안은 윤창번 김앤장 고문의 사외이사 적격성 여부였습니다. 이사회가 지난달 30일과 어제(2일) 두 차례에 걸쳐 긴 논의를 진행하고, 중도 퇴장한 인물까지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윤창번 고문이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을 논의하기에 이해가 상충되는 인물은 아닌지에 대해 이사회가 끝난 지금까지 일부 사외이사들을 포함한 업계에서 각종 반론이 나오면서, 이사회에서 윤 고문이 던진 찬성표가 과연 유효한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윤창번 사외이사, 그는 누구인가?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 중 한 명인 윤창번 고문은 김앤장 소속 인물입니다. 지난 2015년부터 김앤장에 재직해 왔습니다.

그리고 김앤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지난 3년간 대한항공 측에 자문을 제공해 온 법률사무소입니다. 

이를 두고 지난달 30일 아시아나항공의 첫 번째 이사회에서는 윤 고문의 표에 대한 유효성을 두고 제3자의 객관적인 의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윤 고문이 아시아나항공보다 대한항공의 이익을 더 고려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윤 고문이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로 선임된 건 지난 3월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당시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윤 고문의 사외이사 적격 여부를 충분히 검토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서는 법무법인 세종 역시 기업결합 승인에 대한 아시아나항공 측 자문을 맡고 있어 윤 고문의 선임에 대해 양사의 합병만을 위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취재된 내용에 따르면 이사진 5인은 지난달 30일 관련 논의가 7시간 넘게 이어지자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로고스에 윤 고문의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 적격성 여부에 대한 의견서를 의뢰하고, 이사회 날짜를 다시 잡아 모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석연치 않다' 논란 나오는 이사회

문제는 어제(2일) 이사회에서 이같은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는 점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로고스는 어제(2일) 오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측에 "투표 결과의 정당성과 신뢰도를 높이려면 이번에 윤 이사는 스스로 자기의 의결권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한 이사회 관계자는 "당일 이사회에서 법무법인 로고스의 의견서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유석 대표이사가 '다른 결과지'를 가지고 왔고, 그 내용으로 반영해 윤 고문의 사외이사 적격성과 찬성표의 유효성을 인정했다는 겁니다.

원 대표이사가 어떤 '다른 결과지'를 가져왔는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다른 로펌들에 내용을 의뢰한 후 받은 의견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다른 이사회 관계자에게 사실관계를 묻자 "'다른 결과지'가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으며, 그럴 사정이 있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다만 "화물 매각 찬성 쪽으로 표를 몰아가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윤 고문의 사외이사 적격성은 전혀 문제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표결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라고 전했습니다.

"일단 합병 절차는 계속 진행"

두 번의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절차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윤 고문의 찬성표가 인정되지 않았다면 투표 결과가 뒤바뀌었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사회의 투표 결과가 찬성 2표, 반대 2표일 경우, 찬성이 과반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매각은 부결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을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두 회사의 합병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대한항공은 어제(2일) 이사회 직후 이미 유럽연합 EU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보냈습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알짜 사업 중 하나인 화물 사업을 매각하기로 한 결정에 따라 주주가치 훼손과 고용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노조와 주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이사회 결과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은 두 회사의 또 다른 숙제로 남을 전망입니다.

SBS Biz와 통화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관계자는 "아직 이사회 관련 내용을 밝힐 시기가 아니다"라며 "차후 설명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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