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심사 첫날…여야, 긴축재정·R&D 삭감 공방(종합)
과기부 장관 해외출장으로 불참…야당 '무단결석' 반발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 첫날인 3일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을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경제부처의 2024년도 예산안을 심사했다. 경제부처 예산안 심사는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등 27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날과 6일 이틀 동안 진행된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 철학과 이념을 구현하는 국가재정의 목표가 고작 건전재정인가"라며 "경기 침체와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긴축재정과 건전재정만 외쳐대니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시대의 건전가요가 생각난다"고 맹공했다.
이어 "경제가 어려울 때 국가재정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재정과 예산의 역할인데 국민 기만 같은 건전재정이 어떻게 침몰하는 대한민국의 민생을 살릴 수 있느냐"며 "민생파탄의 주범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다"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잠재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R&D 예산은 대통령의 카르텔 한마디에 5조원을 삭감했다"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노골적인 지역차별과 정치보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조정래 의원은 R&D 예산 삭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조 의원은 "내년도 R&D 예산 규모가 (전년 대비 16.6% 줄어든) 25조9000억원으로 책정됐는데 대통령은 전날 대전에서 뜬금없이 100조를 얘기한다"며 "일관성이 없다. 과학기술을 이런 식으로 롤러코스터 태우고 장난쳐도 되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대전 유성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신진 연구자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제대로 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우수한 연구자가 예산을 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친다면 예산을 복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금의 2배, 3배, 100조원까지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R&D 예산안이 졸속으로 편성됐다며 "과기부는 R&D 예산편성 과정이 너무 거칠게 다뤄졌다는 데 인정했다"며 "대통령의 지시로 엎어지자 사실상 R&D 예산이 거의 기재부 주도로 정됐다"고 강변했다.
대통령실 해외순방비와 검찰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가 증가한 것을 문제 삼는 발언도 이어졌다.
허영 의원은 "'대통령실 예산이 4.8% 증가했다. 해외순방비는 본 예산이 249억인데 일반 예비비로 300억 넘게 썼고 내년에도 순증했다. 또 특활비는 경찰청 검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을 중심으로 늘었다"며 "지방은 망하고 있고,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정말 힘들어 죽겠는데 대통령실 예산 늘리고 순방비 늘리고 특활비 늘린 것에 대해 국민들이 용납하겠느냐"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지표를 두둔하는 한편 R&D 예산 삭감은 문재인 정부 책임이 있다고 맞받았다.
안병길 의원은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을 거론하며 반론을 폈다.
이 대표는 올해 2분기 소비·투자·수출이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위기'가 발생한 것을 두고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등 경기부양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재정건전성에만 매달려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제위기를 심화시켜 오히려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 이에 대해 "야당 대표가 주장하는 것같이 재정이 정부의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는가"라며 "정부는 재정 성장을 통해 여러 성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당장 성장률이 올라간다고 해서 무작정 정부 지출을 늘릴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R&D 예산에 대해서도 "야당에선 '치명적 패착'이라고 하는데 감축 규모를 보면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평균 R&D 예산보다 많다"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예산이 신출귀몰할 수 있는가. R&D 예산 문제는 야당도, 시민단체도 비효율성 문제를 지적해 왔다"고 했다.
전주혜 의원은 "건전재정의 중요성은 모든 국민이 공감할 것"이라며 "미래 세대에 텅 빈 곳간을 넘겨줄 순 없다"고 가세했다.
전 의원은 "(예산 낭비에 대한) 구조개혁 방향은 나눠주기식 사업 확대가 아니다. R&D의 도전성과 혁신성이 상실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장롱특허를 양산한다거나 나 홀로 연구를 조장하는 매너리즘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R&D 예산을 조정함으로써 줄어든 예산을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쓰는 것이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도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택적 복지로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장동혁 의원은 "국민들의 더 큰 관심은 규모가 아니라 국민들의 혈세가 제대로 쓰이고 있느냐일 것"이라며 "미래성장동력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예산을 늘리자는 주장에 동의할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깎은 이유가 합당하냐를 따져 물어야 할 시간"이라고 거들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한 데 대해 '무단결석'이라고 반발했다. 이 장관은 영국에서 열린 제1차 'AI(인공지능) 안전성 정상회의' 참석을 불참 이유로 제시했다.
민주당 예결위 소속 의원은 성명을 내고 "(R&D 예산 삭감에 대한) 국회의 질타를 듣기 싫어 영국 출장을 핑계로 돌아오지 않는 과기부 장관의 무책임한 국회 무단 불출석을 규탄한다'며 "국회의 예산·결산 심사권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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