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험지' 혁신태풍 상륙…김기현 결단이 운명 가른다

혁신위, 친윤·지도부·중진 희생 요구에 국힘 폭풍 전야
"정치현실 무지, 해당행위" 강력반발 속 "혁신 보여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5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10.3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이밝음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도부, 중진 및 친윤석열계 의원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하자 당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 제안에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원들 사이에서 격한 반발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만큼 당이 혁신위 제안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일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일률적으로 중진과 친윤 의원의 불출마를 유도하는 건 정치 현실에 대한 무지이자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지역구에서) 1석을 빼앗기는 것을 무릅쓰고 중진을 뺀다는 건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역구에 경쟁자가 아무도 없는데 (불출마하라면) 민주당에 의석을 주겠다는 것 아니냐"며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 승률을 높이는 혁신안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혁신위가)용산과 선을 긋지 않으면 중도층의 마음을 사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찬반이 뚜렷하게 갈려서 당분간 당이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민감한 문제기 때문에 반발이 심하겠지만 이 정도도 못 하면 총선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혁신위가 굉장히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이날 지도부 등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비롯해 2호 혁신안으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국회의원 구속 시 세비 전면 박탈 및 본회의·상임위원회 불출석 시 세비 삭감 △현역 국회의원 등 선출직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를 의결하고 당에 제안했다.

혁신안 가운데서도 친윤·중진을 겨냥한 안건은 내년 총선의 가장 큰 걸림돌로 수직적 당정관계를 지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텃밭인 영남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이 적극적인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여론도 반영됐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혁신위의 2호 혁신안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논의한 결과를 제안해 오면 정식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4선 중진이자 울산을 지역구로 둔 김 대표의 혁신안 수용 여부에 따라 당내에도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표적 친윤계로 4선의 권성동 의원과 3선 장제원 의원이 혁신위 제안 대상으로 거론된다. 당 지도부 가운데선 윤재옥 원내대표(3선) 유의동 정책위의장(3선)을 포함해 유력 인사들이 두루 혁신안 수용 대상에 해당한다.

다만 3선 경력이 공천과 선거를 통해 지역구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결과인 만큼 기득권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중진 의원들의 총선 기회를 제한할 경우 무소속 출마 등으로 인해 당내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영남권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혁신위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수도권 당선 가능성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해당하는) 의원들은 실제로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혁신위는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이라고 했을 것"이라며 "혁신위는 혁신위가 할 수 있는 말을 했고, 현실 정치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남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친윤계와 수도권 불출마 제안에 대한 지도부 입장이 나오면 총선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