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은 COP28…‘10배’ 기후변화 적응 격차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8월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홍수로 이재민 3300만명이 발생했다. 약 300억달러(39조 6840억원)의 피해가 생긴 것으로 추정됐고 농지 2만6305㎢가 망가지면서 파키스탄 농민의 생계는 물론 식량 안보까지 위협 받았다. 파키스탄 시민들이 저축해뒀던 돈을 소진하면서 910만명 이상이 빈곤에 빠졌다. 파키스탄 홍수의 이런 ‘연쇄 작용’은 충분치 않은 ‘기후위기 적응 자금’이 어떻게 ‘손실과 피해’를 키우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유엔환경계획은 지난 2일(현지시간) 발간한 ‘적응 격차 보고서 2023’에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적응에 필요한 자금과 실제 지원액을 비교 분석해 실었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적은 개발도상국의 적응 비용은 커지는데, 역사적 책임이 큰 선진국의 지원액은 줄어들었다. 국제 기후환경단체들은 선진국의 책임 회피로 ‘세계가 전례 없는 인도주의적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도, 계획도 부족하다”
보고서는 “기후 적응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고, 계획도 부족해 전 세계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세계 각국이 약속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다 지킨다고 하더라도 세계는 2100년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2.4~2.6도 오른 세상’에서 살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 재난’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197개국 중 29개국은 아직 국가 기후위기 적응 계획이 없다. 국제 기후 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적응 사업의 수도 지난 10년 동안 거의 늘지 않았다.
보고서는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기후위기 적응 비용을 두 가지 방법으로 추정했다.
기후변화 예측 모델을 이용한 결과 개발도상국의 적응 비용은 향후 10년간 매년 2150억달러(277조 7250억 원) 수준일 것으로 분석됐다. 해수면 상승, 에너지·도로 인프라 적응 비용이 560억달러(약 74조600억원)로 가장 컸다. 강 범람으로 인한 홍수(540억달러, 71조4150억원) 등에 대한 적응 비용이 뒤를 이었다. 그밖에 농업(160억달러, 21조1680억원), 건강(110억달러, 14조5530억원) 등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각 국가가 UNFCCC에 제출한 국가 적응 계획을 기반으로 필요한 재정을 평가했을 때는 이보다 훨씬 많은 매년 3870억달러(약 512조원)가 필요했다. 모든 개발도상국의 국내 총생산(GDP)을 합친 금액의 1% 수준이다. 고소득 국가는 이를 감당할 수 있지만 최빈국은 GDP의 2%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개발도상국에 대한 국제 기후위기 적응 지원 금액은 2020년 252억달러에서 2021년 213억달러로 15% 감소했다.
기후변화 적응에 필요한 금액과 실제 지원액을 비교한 ‘적응 격차’는 커졌다. 연구진은 ‘적응 격차’를 1940억~3660억달러(약 256조~484조원)로 추정했다. 국제적인 적응 재정 지원액의 10~18배에 달한다. 지난해 추정한 범위보다 50% 이상 더 커졌다.
“전례 없는 인도주의적 위기 노출될 것…대응 서둘러야”
연구진은 국제적 공공 적응 재정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줄이고 이득을 늘린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160억달러를 투자하면 7800만명이 기후변화로 굶주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홍수 방지에 10억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140억달러 규모의 홍수 피해가 사라진다.
연구진은 ‘국제 공공 기후변화 적응 재정’이 늘어야 한다고 봤다. 국제사회는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2025년까지 기후변화 적응 재정 지원을 2019년 대비 2배인 4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나마 이 약속이 지켜지더라도 ‘적응 격차’는 5~10% 줄어드는데 그친다.
오는 30일 아랍 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하는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기금 마련의 구체적 방안을 두고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기금을 누가 낼 것인지, 독립적인 성격의 기금을 추가로 설립할 것인지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모든 국가가 ‘동등하게’ 기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미국이 ‘역사적 책임’을 저버렸다고 비판한다.
제20차 당사국총회(COP20)의 의장을 지낸 세계자연기금(WWF) 기후에너지 책임자 마누엘 풀가 비달은 130개국 1900개 기후환경단체 연합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의 논평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공동체와 생태계의 회복력을 구축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없다면, 세계는 전례가 없는 인도주의적, 생태학적 위기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것”이라며 “COP28에서 기후위기 적응 자금에 대한 명확한 목표와 이행 로드맵을 합의해 이런 추세를 뒤집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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