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안세영 효과'…"대학 동아리도 면접 봐요"
세계대회·아시안게임 휩쓸자
2년간 가맹점 매출액 3배급증
아파트 배드민턴장 줄서고
'안세영 라켓'도 판매 불티
"스타 한명이 특정종목 살려"
"안세영처럼 스매시 때리고 드라이브·헤어핀·드롭샷을 구사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질 않네요. 개인 레슨을 따로 받아보려고 합니다."(대학생 임경환 씨)
"이렇게 재미있는 운동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라켓에 셔틀콕이 정확히 맞았을 때 느껴지는 손맛 때문에 배드민턴에 미쳐 있습니다."(직장인 김재훈 씨)
아파트 단지 내 배드민턴장을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고 대학 배드민턴 동아리에서는 면접까지 진행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한 곳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불모지로 여겨졌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점심 시간과 방과 후에 삼삼오오 모여 배드민턴 라켓을 휘두르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배드민턴 열풍을 이끌며 '스타 한 명이 특정 종목 시장 전체를 살린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주인공은 안세영이다.
중학생이던 2017년 처음 국가대표가 되면서 주목받은 안세영은 2021년 도쿄 올림픽 8강에 이어 국제대회 2연속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고 2023년에는 한국 배드민턴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챔피언에 오르며 세계랭킹 1위까지 꿰찼다.
안세영이 '국민 영웅'이 된 순간은 지난달 7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이다.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안고도 '중국 에이스' 천위페이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투혼을 펼치며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에게 응원이 이어졌고 '안세영 효과'로 불릴 정도로 배드민턴 동호인이 늘어났다. 안세영 효과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될까.
BC카드의 배드민턴 관련 매출 지수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BC카드는 안세영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2021년 7월 도쿄 올림픽 기간부터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지난달(15일 기준)까지 전국 배드민턴 가맹점 매출 약 35만건을 지수화해 결과를 도출했다.
우선 2년 새 한국 배드민턴 관련 업종 매출은 무려 3배나 신장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안세영이 전영오픈,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며 뉴스를 장식하던 순간마다 배드민턴 매출도 동시에 2배 이상 급성장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경기도에서는 안세영이 국제대회 2연속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10월 매출이 5.22배나 뛰어오르기도 했다.
지난 2년간 주요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부산시가 가장 눈에 띈다. 2021년 7월과 비교해 무려 4.58배나 증가했다. 또 서울시와 대구시는 각각 4.36배와 3.93배로 뒤를 이었다. 매출이 3.48배 늘어난 경기도와 2.4배 상승한 대전시 역시 배드민턴 시장이 2.5배 넘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상현 BC카드 부사장은 "스포츠 스타 한 명이 해당 종목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며 "스포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종목에서 스포츠 스타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조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의 공식 후원사이자 '안세영 라켓'으로 주목받는 요넥스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요넥스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감했던 매출이 거의 회복됐다" 고 설명했다. 안세영 효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배드민턴 시장이 꾸준하게 유지될 수 있는 동호인 증가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아파트 단지나 지역 체육관, 대학 동아리 등에서는 배드민턴을 치려는 사람들이 폭증하는 모양새다.
한 수도권 대학 배드민턴 동아리는 최근 예정된 신입 부원 수보다 2배 많은 지원자가 몰려 면접을 진행할 정도였다. 배드민턴계 한 관계자는 "안세영의 경기를 보고 아파트 단지 내 배드민턴장이 가득 찰 정도"라며 "안세영 키즈를 비롯해 동호인, 일반인까지 늘어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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