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사태 때도 안나섰는데… 김범수 "계열사에 책임 묻겠다"
144개 계열사 경영 쇄신 촉각
김범수 "나부터 준법위 존중"
시세조종·카뱅대주주 의혹에
尹 언급 수수료 과다논란까지
리스크 전반 해법 모색 '시동'
"나부터 '준법과 신뢰 위원회' 결정을 존중하겠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3일 외부 감시 시스템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 수립의 첫발로 김소영 전 대법관을 초대 위원장으로 위촉하면서 내놓은 이 메시지는 현재 카카오 사태와 관련된 공동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는 게 카카오 안팎의 분석이다. 주목되는 것은 김 센터장이 삼성과 같은 준법감시기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지 단 5일 만에 위원장을 위촉했을 정도로 경영 쇄신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카카오 내부 한 관계자는 "준법감시위는 김 센터장 아이디어로, 추진의 처음부터 끝까지 김 센터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소영 위원장은 "과거 사안에 대한 조사와 검토를 포함해 위원회의 독립적 권한을 인정하고 전사 차원의 지원을 다하겠다는 김 센터장의 각오를 들은 뒤 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카카오와 독립된 외부 조직으로 설립된다. 운영 규정에 따라 카카오 관계사의 주요 위험 요인 선정과 그에 대한 준법 감시 시스템 구축·운영 단계에서부터 관여한다.
아울러 최근 문제가 된 과도한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감시 통제 등 카카오가 지적받았던 여러 문제에 대한 관리 감독과 능동적 조사 권한을 갖는다. 위원회는 개별 관계사의 준법 감시 및 내부 통제 체계를 일신할 수 있는 강력한 집행기구 역할을 하게 된다. 추가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 조직이 갖춰지면 연내 공식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소영 위원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해 서울중앙지법,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심의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12년 대법관으로 임명돼 2018년에 임기를 마쳤다. 역대 네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여성 첫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퇴직 후에는 법무법인 케이에이치엘(KHL) 대표 변호사와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해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 재직 중이며, 경쟁법 및 자본시장법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카카오는 소개했다. 김소영 위원장은 "위원회가 준법과 신뢰 측면에서 독립된 전문가 조직으로 감독·견제 역할을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카카오 계열사 경영 쇄신이다. 이날 김 센터장은 "나부터 '준법과 신뢰 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러지 않은 계열사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선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 8월 기준 총 144개에 달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쇄신안·자구책에 계열사 정리 문제가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주요 계열사의 대표 임기는 내년 3~4월 만료된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27일까지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 임기는 내년 3월 말이다.
한편 카카오를 향한 감독·수사당국의 압박 수위가 날을 거듭할수록 고조되는 분위기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 책정 방식 등을 문제 삼으면서 김 센터장으로서는 정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카카오의 택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를 정면으로 비판한 작심 발언에 카카오 내부적으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그동안 카카오를 향한 정치권의 총공세가 장기화하면서 안팎으로 안일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소극적인 대응을 해왔던 카카오 경영진이 김 센터장을 중심으로 초유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 2일에도 김 센터장은 카카오 판교 사옥에 출근해 주요 경영진과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30일 카카오 공식 보도자료를 빌려 김 센터장이 공개 발언을 통해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전한 것 역시 이전 '은둔형 경영자'로서 김 센터장의 모습과는 다른 긴박함이 보였다는 평가다.
[고민서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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