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도 공항도 … 3자녀 가족은 긴줄 대기 없이 바로 통과한다
어린이 패스트트랙 범위 확대
여성주차구역 바꿔 다자녀도
전문가 "둘째 출산 지원대책은
첫출생과 다른 정책접근 필요"
다자녀 가구를 위한 버스전용차로, 주차장, 관공시설 패스트트랙 등 정부가 아이를 많이 낳는 가구에 혜택을 늘리는 것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에 맞서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이다. 한 해에 50조원이 넘는 저출산 예산이 투입되지만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육아휴직 급여 확대, 자동 육아휴직제 등과 같은 제도 개편은 물론이고 생활밀착형 혜택으로 이미 아이가 있는 가정도 아이를 늘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3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내년 초 저출산 추가 대책 발표를 앞두고 다양한 다자녀 가정 혜택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혜택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이용과 다자녀 우대 주차장, 어린이 패스트트랙 등이다.
다자녀 우대 주차장은 서울시가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가족배려주차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정책이다. 서울시는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전환해 임산부와 영·유아, 노약자와 이를 동반한 시민이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적용했는데, 이를 다자녀 가정까지 확대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어린이 패스트트랙은 저출산·고령화 국가인 일본에서 시행 중인 정책이다. 국립박물관 등 문화시설이나 공항, 관공서 등을 이용할 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임신부는 기존 대기자보다 먼저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저고위는 앞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 운영 박물관 등에 대한 '어린이 패스트트랙' 정책을 보고하고 패스트트랙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 밖에 3자녀 이상만 받을 수 있는 자동차 취득세 감면 혜택을 2자녀 가정도 받을 수 있는 방안과 아동수당 지급 범위를 다자녀 가정에 한해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 아동수당은 만 8세 미만 아이를 둔 가정이 받을 수 있는데 수급 가능 아동 연령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은 투입 재원이 커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게 저고위 의견이다.
저고위가 다자녀 가정 혜택 확대에 초점을 둔 것은 첫아이가 있는 가정 중 둘째 이상을 출산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출생아 24만9000명 중 첫아이는 15만6000명으로 전체의 62.7%에 달했다. 둘째 이상 아이가 10명 중 4명도 안 된다는 뜻이다. 첫아이 비중은 2012년 51.3%에서 매년 꾸준히 상승하다 2021년엔 56.9%를 기록하더니 작년 한 해 동안 5.8%포인트 상승했다. 첫아이 출생이 전년보다 8000명 늘어난 반면 둘째 아이는 1만5000명 줄고, 셋째 이상도 4000명 줄어든 것이다. 첫아이 비중이 60%를 넘어선 것은 1981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둘째 이상 아이를 출산하도록 하려면 첫아이 출생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이재림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 심포지엄에서 "둘째 이상 출산 지원은 양육자의 부담을 경감하고 양육자가 존중받는 사회 환경과 문화를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녀가 없는 가정이 출생을 희망하는 것과 자녀가 1명 있는 가정이 둘째를 가지려고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첫째 출생 지원과 둘째 이상 출생 지원 정책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류영욱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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