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에 핵폭탄 던진 혁신위 … 與현역 35% 향해 "희생 필요"
불출마 혹은 험지도전 압박
평가 하위 20%는 '컷오프'
친윤 이용 "黨 원하면 불출마"
인요한 "尹 사랑하면 험지로"
무소속 출마 양산할 우려도
의원 구속시 세비 삭감하고
본회의 출석률따라 주기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도
'비수도권 3선 이상 중진 25명, 친윤석열계 16명, 지도부 핵심 인사 5명.'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내년 총선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권유한 '중진·친윤·지도부'에 해당하는 의원을 매일경제가 집계한 결과다. 중복되는 인원을 제외하면 39명으로, 이는 국민의힘 전체 의원 111명 중 무려 35%에 달한다.
인 위원장이 영남권 중진을 넘어 친윤계를 향해 '험지 출마론'을 띄우면서 국민의힘 내부에 큰 파란을 몰고 왔다. 인 위원장은 이전부터 중진의 수도권 출마 필요성을 여러 번 언급해왔다. 하지만 이를 지도부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당선 안정권인 영남권에 포진한 당 지도부와 친윤계 의원들의 대승적 결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인 위원장은 혁신안 발표 후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지하면 희생하자"면서 "정말 대통령을 사랑하면 험지에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해라. 못하겠으면 내려놓으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이 밖에도 '희생'을 키워드로 2호 혁신안 안건 네 가지를 선정해 의결했다. 혁신위는 △국회의원 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세비 삭감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등을 혁신안으로 제시했다. 이 중 국회의원 정수 감축과 불체포특권 포기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를 언급한 혁신위는 공천 룰과 관련해서도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은 "(이번 혁신안에) 공천과 관련된 원칙을 정하는 데 권고적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다. 혁신위는 불체포특권 포기와 관련해 현역 의원들이 포기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후 당헌·당규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명문화하도록 했다. 세비 삭감은 두 가지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의원이 구속되면 세비를 전면 박탈하고, 본회의·상임위원회 불출석 시 세비를 삭감하도록 했다.
김 위원은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원 세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인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31위 수준"이라며 "세비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제도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혁신위가 논의 중이라고 알려졌던 보좌진 정원 축소 등은 이번 혁신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국보협)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최종 안에서는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보협은 지난 2일 '토사구팽'이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혁신위를 비판했다. 국보협은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일방적으로 보좌진 감축을 논의했다는 혁신위는 가히 토사구팽의 끝판왕"이라고 성토했다.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한 김 대표는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대표는 지도부 험지 출마 권고와 관련해 "혁신위에서 여러 논의를 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안해 오면 우리 당에서 정식적인 논의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맡았던 '친윤' 초선 이용 의원은 2호 혁신안에 대해 처음으로 화답했다. 이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내년 총선 승리나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당에서 불출마를 요구할 경우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인 이 의원은 "다만 수도권에서 당이 위기이기 때문에 탈환에 앞장서고 있다"며 "수도권 험지 중 한 곳인 경기도 하남 출마를 결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당에 '쓴소리'를 해왔던 김웅 의원은 "혁신위 결정이 결국 대통령 뜻 아니겠나"라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들이 윤심이 당심이고, 선당후사(개인 안위보다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얘기해왔으면 혁신위 결정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혁신위가 '윤핵관을 날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화답한 것"이라며 "(윤핵관들이) 당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책임도 안 지고 조용히 있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식간에 험지 출마의 대상이 된 의원들은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또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월권을 하고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가 희생이라는 단어를 포장해 반헌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월권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며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정치인의 출마와 당선은 정치인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고, 국민이 동의를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자칫 과거 총선 때처럼 무소속 출마 후 복당하는 사례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가 떠오른다는 반응도 있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진 정치인들은 친박연대를 만들어 지역구에서 6석, 비례대표는 8석을 얻었다.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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