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또 뚫은 엔화값…2008년 이후 최저
日 금융완화 수정에도 약세
시장선 "사소한 변화" 평가
美금리인상 마무리 시그널에
원화값은 이틀 연속으로 급등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화값이 이틀 연속 급등했다. 반면 대규모 금융 완화를 지속하고 있는 일본 엔화는 원화 대비 약세를 나타내면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870원대까지 밀렸다.
3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20.5원 오른 1322.4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4.4원 급등한 데 이어 이날까지 2거래일간 34.9원 뛰었다. 원화값이 1320원대를 밟은 것은 지난 9월 4일(1319.8원) 이후 두 달 만이다.
원화값은 미국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지난달에는 연중 최저치인 1363원까지 추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난 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동결하며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모처럼 방향을 틀어 연이틀 급등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변했지만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오른 데다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에 추가적인 긴축이 없을 것이란 낙관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에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수출 업체와 역외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원화값이 단숨에 달러당 20원 이상 올랐다는 분석이다.
반면 원화 강세에 영향을 받은 엔화가치는 15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100엔당 엔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12.9원 내린 879.93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원화가 뚜렷한 강세를 보인 반면 엔화가치는 일본은행이 통화 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했는데도 '정책 변화가 크지 않았다'는 시장 평가로 달러당 150엔 선에 머물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지난달 31일 일본 중앙은행은 수익률 곡선 제어(YCC)를 일부 수정해 장기 금리 지표인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초과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일정 부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사소한 변화'로 평가하며 실망한 투자자들의 엔화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효과는 동시에 반영되는데, 엔화값은 일본이 완화적 통화 기조에 벗어나지 못해 상승 제약이 강하게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원화값 전망은 엇갈린다.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중동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되는 등 돌발 악재가 없다면 원화값은 1300~131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4.5%까지 떨어지면 원화값은 120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원화가 되돌림 현상을 보이며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선언한 것도 아닌데 시장이 '설레발'을 치고 있다"면서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변화가 없고, 유럽과 중국 등 경기 둔화 등을 감안하면 원화값은 연내 1380원대까지 떨어지며 최저치를 경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엔화에 대해선 원화 강세의 정도에 따라 900원 안팎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내년 일본 통화 정책 기조에 따라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사이클로 들어갈 가능성이 큰데, 일본은 금리를 올린 적이 없기 때문에 긴축으로 돌아설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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