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약물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방법
중독은 우리 삶의 피할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인간은 모두 패스트푸드나 간편식 같은 먹거리, 콜라나 알코올 같은 음료, 종교나 정치 같은 신념, 수다나 쇼핑 같은 행위, 게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같은 활동 등에 빠져 허우적댄다. 돈에 취하고, 일에 몰두하고, 권력에 매혹돼 정신 줄을 놓곤 한다.
특히 인간은 헤어날 수 없는 고난과 곤궁, 치유할 길 없는 고통과 슬픔을 빠르고 편리하게 해소해주는 것에 쉽게 굴복한다. 이 무시무시한 세상이 가져오는 불안과 우울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기를 열망한다. 단숨에 기분을 바꾸어 주는 매운 음식, 격렬한 운동, 담배나 알코올 등에 사람들이 의존하는 이유다.
마약이나 환각제 같은 약물은 매우 위험하다. 의지와 관계없이 그 강도를 높여가 끝내 인간을 자기 파멸에 이르게 한다. 이선균, 유아인 등 인기 연예인도 그 덫을 피하지는 못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약물 중독이 일상 곳곳을 파고들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다다서재 펴냄)에서 일본 정신과 의사 마쓰모토 도시히코는 약물 의존이 개인 선택이나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소외의 결과라고 말한다. 약물 의존에 빠지는 이들은 더 많은 쾌락을 누리기 위해 발버둥 치는 범죄자가 아니라 대부분 가혹한 성장 과정 속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환자들이다. 고통을 호소할 때마다 무시당하고 억압당하고 거짓말이라고 의심받으면서 살아왔기에 그들은 힘들 때 가족이나 친구와 마음의 고통을 나누는 법을 알지 못한다.
아무도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공감과 우애를 보여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음에 뚫린 구멍을 타인과 연결해 메우는 게 아니라 약이라는 물건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불쌍한 존재들, "살아가기 위해서 고통이나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약물 의존자들은 인간에게 절망하고 사회에 실망한 사람들, 즉 주변인들에 대한 믿음이나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배우지 못해서 자기 파괴 행위를 통해서만 마음의 고통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이들이다. 그들에게 약물은 끈끈한 친구 또는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반려 같은 존재다. 그들은 약물을 끊으면 무의미하고 공허한 인생 속에서 홀로 외롭게 괴로워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
따라서 약물 의존자를 괴물로 취급하면서 무작정 처벌하는 건 약물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저자는 말한다. "의존증의 반대말은 연결이다." 지원을 강화하고 연대의 손길을 내밀 때 이들을 약물의 손에서 빼낼 수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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