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은의 시선] AI 돌봄로봇이 채울 수 없는 것
지난달 24일 충남 당진시가 노인 우울증·치매 예방 등을 위해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탑재한 돌봄로봇 효돌이를 관내 독거노인 10가구에 지급했다. 효돌이는 어르신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거나 주기적으로 식사·기상·약 복용 시간 등을 알려주고 간단한 퀴즈도 낸다. 어린 손자·손녀 같은 봉제 인형 모습으로 곳곳에 센서가 있어 해당 부위를 만지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작동한다. 당진시는 이달에 추가로 독거노인 120명에게 효돌이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실제 독거노인 가구에 AI 돌봄로봇을 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의 활용 분야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AI 돌봄로봇이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들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뉴욕주도 지난해 6월부터 관내 독거노인 800가구에 탁상형 AI 로봇 '엘리큐'를 공급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로봇기업 인튜이션로보틱스가 노인을 타깃으로 개발한 이 AI 로봇은 사용자와의 간단한 대화를 통해 약을 먹을 시간을 알리거나 가족에게 연락하고 위급 시 병원 등을 위해 바로 연결해 주는 등 일상생활을 도와준다.
뉴욕주 의회와 고령화국은 지난 1년여간 시행한 독거노인 도우미 로봇 시범사업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레그 올슨 누욕주 고령화국장은 "엘리큐를 이용하는 독거노인은 일평균 20건 이상 엘리큐와 대화를 하면서 일상생활에 도움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종일 대화 상대가 없이 지내는 독거노인의 특성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라는 것이다.
AI 돌봄로봇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AI 로봇이 노인의 움직임이나 말에 상호작용하며 말을 건네면 노년기 우울증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AI 로봇은 사회복지 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하고, 자칫 방치될 위험이 큰 어르신들의 위급 상황을 외부에 알려 단절로 인한 고독사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AI 로봇에 맡겨 사회로부터 오히려 더 고립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독거노인 문제를 이런 기술에 의존해 접근하다 보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본질에 눈이 어두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AI가 잘못된 정보나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가 부족한 어르신들은 이런 문제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AI와 종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고가 편향되거나 말동무 이상으로 AI에 과몰입해 심리적으로 받을 수 있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실버 타운'의 실패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국 각지에서 노인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겠다며 호기롭게 개발이 추진됐지만 성공 모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호텔 같은 고급 아파트여도 노인끼리만 어울리는 환경은 썩 기분이 좋지 않다. 결국은 AI 로봇도 노인들이 일상에서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를 늘리는 데 활용돼야 할 것이다.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 그 본질을 AI 로봇이 바꿀 수는 없다.
[송경은 디지털테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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