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호통에 수수료 손 보는 카카오 택시…"이용자 외면한 미봉책 안 돼"

김성현 기자 2023. 11. 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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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전면 개편 긴급 간담회 예고…"근본적 해결책 고민해야"

(지디넷코리아=김성현 기자)카카오 택시(카카오T) 운영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윤석열 대통령의 "독과점 행태" 쓴소리에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수수료 주제의 긴급 간담회가 조만간 열릴 예정인 가운데, 단순 요금 조정이 아닌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단체들과 긴급 간담회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일부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일정을) 구체화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일 “택시 기사들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의견을 바탕으로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 택시를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직후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심하다”며 “독과점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약탈적 행위)으로 만든 후 경쟁자를 없애고, 이용자를 유입시켜 시장을 장악한 뒤 독점됐을 때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택시업계와 간담회에서 “택시 플랫폼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건 불합리하고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재정으로 출자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택시 업계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월평균 이용자 1천100만명↑…가맹 수수료는 '20%'

카카오모빌리티는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플랫폼 가맹·중개사업자(Type2·3)로,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와 호출 서비스를 통해해 국내 택시 플랫폼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카카오T 월평균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늘어난 1천140만명가량, 전국 카카오 가맹택시 수는 5만대를 웃돈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T 1~6월 월 이용자수는 순서대로 1천169만2천312·1천74만5천957·1천96만6천266·1천149만2천508·1천180만3천636·1천167만5천862명으로 집계됐다.

이용률을 보면 2월에만 잠시 주춤하다, 다시 1천100만명을 넘는 이용자를 꾸준히 확보하며 절대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2위 사업자 우티 월 평균 이용자수(50만~60만명)와 비교했을 때 2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카카오모빌리티가 질타받는 수수료 체계는 이렇다. 택시 사업자는 카카오 택시와 제휴할 때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케이엠솔루션과 5년간 월매출 20%를 지급하는 가맹계약을, 아울러 카카오모빌리티와 3개월 단위 광고·정보이용료 관련 제휴계약을 각각 체결한다.

택시 사업자가 월 100만원을 벌면, 차량 관리와 전용 단말기 유지보수 등 대가로 케이엠솔루션에 20만원을 지급(가맹계약)한다는 얘기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운행 데이터와 광고·마케팅 참여 등 지원을 받아 일정 비용을 사업자에 지불(제휴계약)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택시 이용 주체는 소비자…“승객 초점 맞춘 개선안 마련돼야”

여타 사업자와 비교했을 때 카카오T의 가맹계약 수수료(20%)가 높다는 점도 이번 문제의 쟁점 중 하나다. 경쟁 사업자 우티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가맹수수료를 면제(현재 2.5%)해 주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말한 ‘약탈적 가격’ 관점에서 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잘못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적자에 시달리는 택시 산업 구조상 수수료만 바로잡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기업과 기사들이 모여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택시단체 관계자 역시 “가맹 수수료만 뜯어고칠지, 사업자별 매출에 따른 세금 문제를 비롯해 전반적인 내용을 논할지 등을 사측에서 업계에 사전 공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이용 주체인 승객들에게 초점을 맞춘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시장을 잠식하면서, 기사들 수입은 줄고 플랫폼에 수익이 쏠리고 있다”며 “현 수수료 체계는 이용자가 거리에서 택시를 잡거나, 호출을 취소해도 돈이 빠져나가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결국 택시를 이용하는, 서비스 선택권을 가진 소비자 중심으로 수수료 체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면서 “이용자를 외면한 채 수수료 문제를 논한 뒤 대책이 마련되면 미봉책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현 기자(sh0416@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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