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간 체험학습서 매료 … 피겨 할 운명이었나봐요"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11. 3. 17: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韓피겨 기대주 김채연 인터뷰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 2위
선수되기로 마음먹은건 초6
또래 선수보다 시작 늦었지만
타고난 감각과 노력으로 극복
"필살기로 트리플 악셀 장착해
지금보다 한 단계 올라설 것"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한국 피겨의 기대주 김채연이 환하게 웃고 있다. 이승환 기자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접한 피겨에 인생을 걸었다. 바람을 가르는 느낌에 매료돼 '피겨 여왕' 김연아의 뒤를 이어가고 있는 김채연의 이야기다. 6년 전까지만 해도 취미반 단체 강습을 받은 일반 학생에 불과했던 그는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 피겨의 미래가 됐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막을 내린 2023~20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낸 그의 목소리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채연은 "학교에서 체험학습으로 스케이팅장에 가지 않았으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바람을 가르면서 점프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하다. 어떻게든 피겨를 시작할 운명으로 태어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종목을 막론하고 주니어 시절에 두각을 나타났다고 해서 시니어 무대에서 곧바로 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경쟁자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한 단계 위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채연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긴장감까지 완벽하게 떨쳐낸 그는 김연아와 유영에 이어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서 메달을 딴 역대 세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그는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서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며 "김연아 선배가 갖고 있는 기록 보유자가 돼 기분이 좋다.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 계속해서 성장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은메달이 대단한 이유는 김채연이 본격적으로 피겨를 시작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아서다. 현재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대부분이 초등학교 입학 이전에 피겨를 시작했다. 그러나 김채연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하기로 결심했고 공식 대회에 출전한 건 6학년이다.

빠른 성장세의 비결로는 스케이트를 타는 타고난 감각을 꼽았다. 김채연은 "피겨화를 처음 신어 본 날에 진짜 처음 하는 게 맞느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얼음 위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한 번 보면 쉽게 잘 따라하는데 몸의 감각이 남들보다 조금 더 뛰어난 것 같다"며 "한두 발 앞서 있는 또래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해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한 효과도 있었다. 내가 노력한 만큼 실력이 좋아지는 정직한 운동이 피겨"라고 설명했다.

경기장에서 김채연에게 힘이 되는 특별한 존재가 있다. 어머니 이정아 씨가 직접 제작한 피겨복이다.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옷이라서 그런지 입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말한 김채연은 "피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도움을 주는데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지 않고 발전을 거듭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는 17일 핀란드 에스포에서 개막하는 그랑프리 5차 대회 성적에 따라 파이널 진출까지 가능한 김채연은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채연은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시니어 무대에서도 내 실력이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다시 한번 시상대 위에 올라 파이널 출전권을 따내고 싶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내 자신을 믿고 경기장에서 100%를 쏟아내겠다"고 강조했다.

2023~2024시즌 ISU 여자 월드 랭킹 11위에 올라 있는 김채연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필살기 장착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바로 트리플 악셀이다.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 점프는 고난도 기술이다. 그럼에도 김채연이 프로그램에 트리플 악셀을 추가하려는 건 받을 수 있는 기본 점수가 커서다.

김채연은 "트리플 악셀 점프를 구사하기 위해 경기장 안과 밖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며 "실수를 줄이면서 현재 구사하고 있는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면 지금보다 톱10, 톱5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경기장에서 부담감을 내려놓는 연습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채연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먼저 걱정하는 좋지 않은 습관을 버리고 '나는 할 수 있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며 "피겨가 재미있어서 하는 만큼 앞으로는 더 즐겁게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