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친윤 험지출마" 권고한 與혁신위, 용두사미 안된다 [사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 영남권 중진·친윤(親尹)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나 수도권 출마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3일 회의에서 "지금까지는 국민이 희생하고 정치인이 이득을 봤는데, 이제는 정치인이 희생하고 국민에게 이득이 돌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진정으로 대통령을 사랑하면 희생하라"며 친윤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를 촉구했다. 1호 '대사면'에 이어 2호 안건의 키워드로 '희생'을 내놓은 것이다.
정치 초년병이자 외부 영입 인사인 인 위원장의 고언이 여당 지도부와 친윤 의원들에겐 매우 불편하게 들렸을 것이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권성동 전 원내대표, 장제원 과방위원장,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 이만희 사무총장, 윤한홍 의원 등이 대표적인 지도부·친윤 인사로 분류된다. 혁신위가 의제로 검토 중인 3선 초과 동일 지역 연임 금지로 범위를 더 확대하면 국민의힘에서 23명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혁신위의 이날 권고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당후사'의 희생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기득권을 버리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여당의 지지층은 물론 정치에 실망한 중도층 유권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요한발(發) 희생 요청이 여당뿐 아니라 한국 정치의 공천 개혁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여당 중진들이 공천 개혁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지도부와 친명계, 호남권 의원들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 요구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혁신위가 의결한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과 세비 삭감, 불체포특권 포기도 한국 정치의 쇄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들이다.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은 이날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청이 의결 안건이 아니라 권고에만 그쳤다는 점이다. 공천 과정에서 여당 내부의 반발과 분열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의 희생 권고가 용두사미에 그친다면 그 결과는 내년 총선 참패라는 끔찍한 대가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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