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금융지원 본격화…도덕적 해이 조장은 금물 [사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리 대출 확대를 비롯한 소상공인 금융지원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대해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자칫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소상공인대회에 참석해 "저리 융자 자금 4조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지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에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나온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이 마치 은행의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의 토로를 전하며 은행권을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잇따른 지적에 금융당국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금융권의 수신경쟁 심화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필요시 경영진 면담을 통해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정권 눈치를 보는 은행들은 즉각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지원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3일 소상공인에 대한 1000억원 규모 금융지원 계획을 발표했고 KB국민, 신한, 우리 등 다른 은행들도 긴급하게 회의를 열어 관련 지원 방안을 검토했다.
은행이 번 돈으로 취약차주들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자의냐 타의냐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정부가 먼저 지원하라고 압박하는 건 사회주의 관치고, 은행이 자발적으로 취약차주와 고통 분담에 나서는 게 시장경제다. 최근 '횡재세'를 도입하거나 출연금·기부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은행권을 쥐어짜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은행이 버는 돈을 부도덕한 이윤으로 낙인찍어 버리면 대출 상환 의지를 약화시키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떠받치는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취지를 살리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지 않는 정교하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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