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3% 성장 비전, 어떻게 포장해도 포퓰리즘이다 [사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성장률 3% 회복을 위한 방안'을 내놓았는데 낙제점을 주지 않을 수 없다. 3조원 이자 감면을 비롯해 대부분 선심성 돈 풀기나 세금 감면이다. 노동시장 개혁이나 좀비기업 구조조정처럼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개혁은 전혀 없다. 결국 나랏빚으로 국민 호주머니를 채우는 방식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경제 상식에 어긋난다. 사람으로 치면 운동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달콤한 음식만으로 체력을 키우겠다는 소리다. 내년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다.

이 대표에게 상식과 책임이라는 게 있다면 '돈 풀기'에 들어갈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그 대책부터 밝혀야 한다. 이자 감면에 들어갈 3조원부터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분명하게 밝히라는 소리다. 정부가 재정을 일부 내놓고, 은행 팔을 비틀어 대부분의 이자 감면을 받아내겠다는 뜻이라면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 대중교통 무제한 패스를 월 3만원에 청년에게 지급하고 나중에는 국민 전체로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할 버스·지하철 적자는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도 답해야 한다. 임시세액공제 확대, 지역화폐 지원으로 발생할 재정적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결국 나랏빚을 더 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민주당 집권 5년간 돈 풀기로 400조원 가까이 나랏빚을 늘린 데 대해 아무런 반성도 없이 또 빚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놓고는 '3% 성장률 회복' 대책으로 포장하다니 무책임의 극치다.

이참에 이 대표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고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총재는 "재정이나 통화 정책 같은 단기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그는 "구조개혁을 하면 성장률이 2%로 올라갈 수 있고 그 선택은 정치에 달려 있다"는 말도 했다. 이 대표가 정말 국가 경제를 생각한다면 국민을 설득해 구조개혁의 길로 가야 한다. 그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다. 국민에게 고통을 요구할 자신이 없다면 '3% 성장률'은 입에 올리지도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