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반등에 코인 거래소 ‘부익부 빈익빈’

진상훈 기자 2023. 11. 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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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 비트코인 1만2000개 보유… 자산 가치 급등
빗썸은 비트코인 보유량 500개 불과
중소형 거래소, 비트코인 상승장 수혜 미미
비트코인. /뉴스1

최근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많이 갖고 있는 대형 거래소의 경우 자산 가치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보유량이 적은 중소 규모 거래소들은 상승장에서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비트코인 1만개 이상 가진 두나무…자산 가치 급등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1만2658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46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장 최근 공시 시점인 올 상반기의 보유량을 적용하면 현재 두나무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자산 가치는 약 5886억원에 이른다. 두나무는 상반기 말 보유 비트코인의 자산 가치를 5084억원으로 공시했는데, 4개월 만에 800억원이 넘는 영업외 수익을 거둔 셈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까지 반영되면서 꾸준히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2000만원대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6월 말 4000만원에 근접해 반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은 두나무의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두나무는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량 감소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4%, 영업이익은 47.3% 각각 감소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한 덕에 보유 자산의 평가 이익이 크게 늘면서 순이익은 147.2% 급증한 4272억원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이 4600만원 선을 돌파해 연고점을 경신한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 빗썸은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 많이 보유

반면 두나무를 제외한 국내 거래소들은 비트코인 보유 수량이 적어 가상자산 시세 회복에 따른 장부상 실적 개선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2위 거래소인 빗썸의 경우 상반기 말 기준 비트코인 보유량은 498개에 불과하다. 현재 시세를 적용하면 자산 가치는 약 236억원이다. 상반기 자산 평가액 184억원과 비교해 52억원이 늘었다.

특히 빗썸은 비트코인에 비해 이더리움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상반기 이더리움 보유량은 1만1912개, 평가액은 293억원이었다. 최근 비트코인이 현물 ETF 출시 가능성 고조로 급등한 반면, 이더리움은 6월 말에 비해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나머지 소규모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보유량은 훨씬 미미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인원은 비트코인을 235개, 코빗은 32개, 고팍스는 16개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사실상 이번 비트코인 강세 흐름 속에서 이들 거래소는 실익을 거의 챙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거래소 쏠림 현상도 심화…소형 거래소 생존기로

최근 비트코인이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가상자산 시장 거래량도 점차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코인 거래량의 약 80%가 업비트에 쏠려 있어 소형 거래소들은 실적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빗썸은 기존 0.04~0.25%였던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폐지했다. 줄어드는 점유율을 반등시키기 위해 수수료를 없애는 ‘고육지책’을 감수한 것이다. 코빗과 고팍스 역시 수수료 무료 정책에 동참했다.

수수료를 없앤 후 빗썸은 10% 중반에 머물던 점유율을 단기간에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를 포기함에 따라 향후 거래량이 계속 늘어나도 빗썸, 코빗 등의 실적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는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비롯한 여러 신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회복세를 이어갈 경우 상당한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자산이 많지 않은 중소형 거래소들은 신사업 투자 여력도 부족해 앞으로 생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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