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올팍 "나를 둘러싼 논란들, 즐기고 있어요" [인터뷰]
누군가는 '천재', 누군가는 '괴짜'라고 그를 부른다. 뮤지션 지올팍(Zior Park)은 어떤 사람일까.
올해 초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음원 차트를 강타한 '크리스찬(CHRISTIAN)'은 국내 음악 시장에 지올팍의 존재감을 심어준 계기였다. 당시 지올팍은 '크리스찬'에 빗댄 풍자적인 메시지와 감각적인 음악, 파격적인 뮤직비디오로 뜨거운 화두를 던지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크리스찬'이 계기였으나, 사실 지올팍은 2018년 데뷔 이후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온 뮤지션이었다. 풍자와 상상력으로 구현된 그의 음악과 국내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던 파격적인 영상(뮤직비디오)에서는 그만의 독창적인 음악색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확실히, 그가 전례 없는 색깔의 뮤지션임에는 틀림없다.
지올팍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에서 두 번째 EP 앨범 '웨어 더즈 사스콰치 라이브? 파트 투(WHERE DOES SASQUATCH LIVE? PART 2)' 발매를 기념해 '스포티파이 레이더 파티'를 개최했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가 신진 글로벌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레이더'의 국내 아티스트로 선정된 지올팍은 이날 스포티파이와 함께 신곡 발매 기념 쇼케이스와 애프터 파티를 개최하며 신곡 라이브 무대를 첫 공개했다.
이날 본격적인 쇼케이스 전 본지와 만난 지올팍은 "스포티파이 이용자로써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하게 된 것이 뿌듯하다"라며 '레이더' 아티스트로 선정된 소감을 밝혔다.
새 EP 앨범이 발매 된 지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만난 만큼 지올팍에게 궁금한 점이 참 많았다. 이날 만남에서 지올팍은 새 앨범 및 그의 음악적 방향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했다.
"나를 둘러싼 논란과 추측, 오히려 이득이었다"
지올팍은 지난 2일 새 EP 앨범 '웨어 더즈 사스콰치 라이브? 파트 투(WHERE DOES SASQUATCH LIVE? PART 2)'를 발매했다. 올해 상반기 큰 인기를 모은 지올팍의 대표곡 '크리스찬(CHRISTIAN)'이 수록됐던 파트 1에 이어 이번 앨범 역시 지올팍의 상상력과 동심에 기반한 음악과 메시지를 담아냈다.
"파트 1에서 2로 이어지는 두 앨범이 담은 이야기는 같아요. 사스콰치, 빅풋이라고도 불리는 미스테리한 동물을 두고 누군가는 '사스콰치를 목격했다'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그런 존재는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 좋은 소재라고 생각해서 착안한 앨범이죠. 잃어버린 동심이나 꿈, 창의력 등 모호한 것들을 사스콰치로 정의했어요. 제가 잃어버리고 있던 어린시절의 이야기라던지 현재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감정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이번 앨범은 트리플 타이틀 곡인 '바이 바이 바이'와 '불렛' '스페이스 Z'를 주축으로 구성됐다. 지올팍은 "'스페이스 Z'는 제가 왜 지금 특이한 걸 하고 있고 대중과 미디어 속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곡"이라고 밝혔다.
'불렛'은 스스로의 상처와 우울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서 힘들어하는 젊은 현대인들의 모습에 착안한 곡이다. 지올팍은 "자신 안에 있는 슬픔을 혼자 있을 때 폭발시키는 모습이 마치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처럼 보였다. '감정 처리에 미숙한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이야기를 담았다"라고 말했다. 세 타이틀 곡 중 메인인 '바이 바이 바이'는 훅이 인상적인 후크송으로 가장 대중적인 곡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앨범에는 지난 9월 선공개한 곡인 '퀸'도 함께 수록됐다. 앞서 공개된 '퀸'에서 지올팍은 대중의 혐오와 관심을 동시에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자신을 '퀸'으로 묘사하며 자전적인 이야기를 넘치는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지올팍이 해당 곡에서 자신을 '킹'이 아닌 '퀸'에 빗대 표현한 이유는 그를 둘러싼 시선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맞닿아있었다. 그는 "제가 중성적인 스타일을 많이 하다 보니 성별 논란 등 다양한 추측이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논란들이 제게는 많은 이득이었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논란을 즐기는 사람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뭔가 '킹' 보다 '퀸'이 더 즐기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시각적으로도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잘 맞을 것 같았다. 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라고 말했다.
지올팍이 발매한 곡들의 특징은 한국어 대신 전체 영어로 이루어진 가사들이다. '크리스찬'을 비롯해 그가 지금까지 선보인 곡들은 모두 영어 가사를 쓰고 뮤직비디오를 통해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는 형태였다. 일각에서는 한국어 가사를 쓰지 않는 그에 대한 아쉬움 섞인 반응도 있지만, 지올팍은 이번 앨범에도 전곡 영어 가사의 곡들을 담았다.
그가 영어 가사를 고집하는 이유는 '각기 다른 언어의 향'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올팍은 "음악을 만드는 재료에 키보드, 기타 등이 있듯이 언어도 하나의 재료라고 생각한다. 영어 역시 그 재료 중 하나인 것"이라며 "한국어와 영어, 또 각기 다른 언어가 가지는 향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이번 신곡을 한국어 가사로 냈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곡이었을 것이다. 장르의 특성상 한국어 가사를 고집하기에 음악과 매칭이 쉽지 않은 탓에 영어 가사를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와 함께 지올팍은 자신의 음악을 전달할 수 있는 시장의 폭을 확장하고, 팬들의 유입 허들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영어 가사를 쓰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지올팍은 해외의 음악 회사들과 컨택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한 행보를 꾀하는 중이다.
"대중 호불호?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뿐"
지올팍의 음악은 마치 동화나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재기발랄하고 때로는 괴짜스럽기도 한 음악과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낸 영상은 그간 국내 시장에서 만난 적 없던 신선함을 자아낸다.
그는 자신의 영감의 원천으로 '유년 시절의 기억'을 꼽았다. 유아기 때부터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즐겨 시청하며 받았던 시각적인 자극과 그 시절의 기억들이 지올팍표 음악의 동력이라는 것이다. 지올팍은 자신을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경험을 통해 저장된 기억을 잘 꺼내서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음악과 영상을 주저하지 않는 탓에 일각에서는 지올팍의 음악을 '호불호가 강하다'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올팍은 "음악은 너무 주관적인 분야다 보니, 누군가가 내 노래를 싫어 해도 굳이 그를 설득하기 위해 남들이 다 하는 음악을 해야하나 싶다"라며 "대중이 나의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여줬으면 하는 생각은 딱히 없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라는 솔직한 주관을 밝혔다.
이날 직접 만난 지올팍은 음악 활동을 통해 비춰진 모습과는 꽤나 달랐다. 차분하게 자신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모습에서 콘셉추얼한 지올팍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이 묻어났다. 이에 대해 그는 "나와 캐릭터(지올팍)를 분리해서 살고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저도 평소에는 이렇게 과장된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링을 하지 않아요. 평소엔 후드 티셔츠에 모자를 쓰고 다니고, 화려하지도 않은 편이죠. 지올팍은 저 혼자 만든 게 아니라 저와 함께 하는 크루인 신드롬즈 친구들과 같이 만든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다 같이 만든 캐릭터에 제가 나서서 연기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오히려 혼자만의 자아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아티스트보다 쉽게 (캐릭터를) 떨어트려 놓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 갓 새 EP 앨범을 발매했지만, 벌써 지올팍은 다음 앨범에 대한 구상을 마친 듯하다. 그는 "다음 앨범은 조금 더 음악적으로 돌아올 것 같다"라며 "이번까지는 '대중적이다' 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사운드적으로 후킹하고 대중적인 요소를 많이 썼다면 다음에는 조금 더 '명반이다' '앨범 답다'라는 느낌의 앨범으로 돌아올 것 같다. 지올팍의 셀링 포인트는 가져가되 콘셉트도 지금처럼 화려하고 색감이 많은 것 보다는 차분하고 조금 더 퇴폐적인, 다크한 앨범으로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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