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與도 野도 똑같은 길…유권자에겐 `낡은 이념`만 남았다

임재섭 2023. 11. 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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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서로를 향해 비판을 쏟아내지만,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방식만큼은 비슷하게 가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게 없는 여야 모습에 총선은 오히려 과거의 이념전이 굳어지고 있다.

양당 모두 기존 사무총장에게 총선기획단을 맡긴 것이지만 양당 모두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다.

이런 비극적인 구도 속에서도 정치인들은 당선을 찾아 '어느 당·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 계산에 분주하겠지만, 인구감소·연금고갈 시대 등 과거와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을 열어가야 하는 유권자들에게는 누가 당선된다 한들 모두 부질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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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여야가 서로를 향해 비판을 쏟아내지만,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방식만큼은 비슷하게 가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게 없는 여야 모습에 총선은 오히려 과거의 이념전이 굳어지고 있다.

최근 여야 모두는 총선기획단을 공개한 뒤 당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명 조정식 단장이 키를 잡고 내주 첫 공식회의를 열기로 했고, 국민의힘은 친윤 이만희 단장이 키를 잡고 12명 이상의 규모로 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당 모두 기존 사무총장에게 총선기획단을 맡긴 것이지만 양당 모두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다.

두 정당 모두 총선기획단을 세우기 전에는 혁신위원회를 세워 변화와 쇄신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김은경 혁신위를 세워 먼저 매를 맞았으나, 방탄 혁신위라는 비판 속에 실패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많다. 비교적 최근 들어선 국민의힘의 인요한 혁신위는 활동 초기인만큼 3선 이상 동일지역 연임 금지 등을 앞세워 당과 부딪치고 있으나, 지금보다 더 큰 당내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김은경 혁신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을수도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이철규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컴백'시켰고, 민주당은 친이재명(친명)계인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을 밀어붙이는 등 친명지도부 체제를 두텁게 하고 있다. 친윤석열(친윤), 친명 위주 주류로 선거를 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런 구도 설정과 선거 전략은 이제 굳어진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이번 선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6년 총선과 비슷하다. 두 사람 모두 직전 대선에서 양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였고 각자 진영에서 세를 공고하게 구축했다. 문재인 당시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라는 비판을 정면 돌파했고, 박 전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용서하지 않았다. 또 한 정당이 거대의석을 점유했고 한때 총선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을 노렸다는 점도 닮았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선거 결과는 어느 한 당이 이긴 것이 아닌, 양당 모두 120여석을 얻는 데 그쳤다. 특히 단순히 의석수 외에도, 양당 모두 성공이라 자평하기 어려운 뼈아픈 부분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이후 쉽게 화합되지 않는 분열의 정치가 오랫동안 이어지며 집권과 거리가 크게 멀어졌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역 기반인 호남을 잃어버렸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양 진영 모두 표를 줘야 하는 이유가 사라지자 유권자들이 극도의 정치 혐오 속에 대안을 찾아 나섰고, 그 결과 '안철수 현상'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번 총선까지 같은 구도라면 양당 모두 찍지 않는 사표가 나오기 쉽다는 의미다.

물론 당시와 지금이 다른 점도 적잖다. 호남 유권자들이 국민의당 투표 경험으로 3당이 가져올 효과를 학습했으며, 제3 지대 정치인들이 지역 기반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에는 여소야대의 선거구도라는 점도 다르다. 다만 이런 변수로 인해 선거결과가 다를지언정 '쇄신하지 않는 정치', '통합하지 않는 정치'에 유권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결국 고여버린 정치에 혐오를 느낀 유권자들이 투표 날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이념' 뿐이다. 이상적인 미래를 향한 이정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에, 낡은 '교리'를 되뇌며 자신의 표를 합리화하는 일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비극적인 구도 속에서도 정치인들은 당선을 찾아 '어느 당·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 계산에 분주하겠지만, 인구감소·연금고갈 시대 등 과거와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을 열어가야 하는 유권자들에게는 누가 당선된다 한들 모두 부질없을 것이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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