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제약사 3분기 만에 매출 1조원...“개량·복합신약의 힘”

허지윤 기자 2023. 11. 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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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종근당·녹십자·대웅제약·한미약품 실적 분석
유한양행 연구원(왼쪽)과 한미약품 연구원들이 연구소에서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하고 있는 모습. /각 사 제공

국내 매출 상위 5대 제약사가 일제히 올해 3분기 만에 누적 연매출 1조원을 무난히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5곳 가운데 종근당, 유한양행, GC녹십자 3곳이 3분기만에 각각 누적 매출 1조원을 넘어섰는데, 올해는 한미약품과 대웅제약까지 일찍이 1조원대 매출 대열에 진입한 것이다.

각 제약사들이 자체 개발한 개량·복합신약 등 주요 의약품이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량·복합신약은 글로벌 제약사 등이 개발한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약효는 비슷하지만 제형·염 변경을 하거나, 두가지 이상의 성분을 새롭게 복합해 오리지널 약의 단점을 개선해 개발한 의약품을 뜻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과 종근당, GC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매출 상위 5대 제약사 실적을 분석해보니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기준으로 유한양행이 1조4218억원으로 선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녹십자로 1조2217억원, 종근당은 1조1481억원, 한미약품 1조685억원, 대웅제약 1조13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 실적만 보면, 녹십자를 제외한 4개사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증가했다. 녹십자만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수익 상품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러시아 판매가 크게 줄고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4곳의 매출액은 연결 기준으로 잠정 집계한 것이고, 종근당은 별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다. 종근당은 연결 기준 실적을 추후 공시하겠다며 별도 기준 실적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 자체 개발 개량·보합신약 등 전문의약품이 실적 견인

상위 5개 제약사들의 실적이 역대급 실적행진을 보인 까닭은 주력 품목인 전문의약품의 기여가 크다. 실적 흐름을 보면, 각 회사들이 자체 개발한 개량·복합신약 매출 증가가 눈에 띈다. 그동안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왔는데, 개량·복합 신약 상업화 결실로 이어지면서 실적을 좌우하는 캐시카우(수익원)로 발전한 것이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복합신약 ‘로수바미브’는 1~3분기 누계 매출액이 약 58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6% 늘었다. 로수바미브는 고지혈증치료제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로 구성된 복합제다.

한미약품의 이상지지혈증 치료제 ‘로수젯’도 3분기 매출이 45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380억원보다 19.8%늘었다. 고혈압치료제 복합신약 제품군인 ‘아모잘탄패밀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난 352억원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이 지난해 7월 출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스클루’는 3분기 매출액이 144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약 15% 늘었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387억원인데 지난해 연매출 167억원을 뛰어넘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나보타’는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 줄어든 38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1~3분기 누적 매출은 11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5대 제약사 고매출 제품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GC녹십자 알부민, 종근당 자누비아, 대웅제약 우루사, 유한양행 트라젠타, 한미약품 로수젯 등. /각 사

◇ 전쟁·코로나19 종료 여파도… “R&D 경쟁력 키워야”

국내 제약사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코로나19 특수 종료, 경쟁약 증가 같은 시장 환경 변수로 일부 주력 상품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

종근당이 미국 머크(MSD)로부터 판권과 제조권을 사들인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7% 가량 줄어든 29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1일부터 자누비아의 특허 만료로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되면서 약가 인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암젠에서 들여온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와 HK이노엔과 공동 판매하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매출이 증가하고 지난해 3분기보다 R&D 비용이 28%가량 줄어든 영향으로 매출 감소 효과를 줄였다. 또 프롤리아의 경우 3분기 매출액은 30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8% 늘었고 케이캡 매출도 32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십자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이 회사 고수익 의약품으로 꼽히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4% 줄어 175억원에 그쳤다. 독감 백신 매출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약 3% 감소한 1013억원을 기록했다. 백신 국내 매출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경쟁사가 백신 시장으로 다시 진입한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줄었으나, 백신 해외 수출이 전년 대비 18.5% 늘었다는 분석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 속에서 신약 개발과 해외 시장 진출 비전을 제시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제약 바이오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기업 가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단기 캐시카우 확보와 함께 도입 신약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개발 신약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R&D에 투자해 파이프라인을 확대해가는 게 국내 제약산업 성장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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