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시티, ‘감옥’ 속 ‘지옥’ 되나···이스라엘군 포위 속 무차별 공습
이스라엘, ‘전쟁 범죄’ 비판에도
난민촌·학교·병원 등 무차별 공습
사상자 속출하는데 구호통로마저 단절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도시 가자시티 포위한 채 지상군 투입과 대규모 공습을 병행하며 사실상 ‘초토화 작전’에 돌입했다. 난민촌과 학교, 병원 등 민간인 밀집 지역에도 수일째 무차별적인 공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도시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돼 구호 통로마저 끊긴 상태다. 미처 피하지 못한 채 도시에 갇힌 주민들에게 이곳은 ‘지붕 없는 감옥’이라 불리는 가자지구 안에서도 가장 참혹한 ‘지옥’이 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우리 군은 테러조직 하마스의 진원지인 가자시티 포위를 완료했다”며 “근접전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서쪽으로 지중해에 면해있는 가자시티는 남부와 북부, 북동부 3개 방면으로 진격해 오는 이스라엘군에 완전히 포위돼 가자지구 내 다른 지역과 단절, 고립된 상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전투의 정점에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 선임 고문을 맡았던 군사전문가 데이비드 킬컬런은 BBC에 “이스라엘군은 단계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첫 번째 단계가 북부를 포위하는 것”이라며 “가자시티 폐허 위에서 2016~2017년 이라크 ‘모술 전투’와 같은 시가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여전히 많은 민간인이 그곳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확산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지상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난민촌과 학교, 병원을 가리지 않고 수일째 미사일과 포탄을 퍼붓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가자시티 인근 자발리야 난민촌에 사흘 연속 공습을 감행했다. 난민촌 내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가 공격을 받아 최소 27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지난 24시간 동안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는 학교 4곳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장 상황을 촬영한 영상에서 한 여성은 “매점에서 물건을 사고 있던 10살도 안 된 어린아이들이 산산조각 났다”며 절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잔해 속 곳곳에 시신이 매달려 있고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알아보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세상에 종말이 온 것 같다”고 CNN에 말했다.
피란민과 환자가 밀집한 병원에 대한 공격도 점차 과감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전쟁 범죄’라는 비판을 의식해 병원을 직접적으로 공습하는 대신 병원 주변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방식으로 공격해 왔다. 그러나 이날은 병원 건물은 물론 구급차를 겨냥한 공격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에 따르면 알쿠드스 병원에서 1㎞ 떨어진 지점에서 이스라엘군이 발사한 포탄이 병원 벽을 관통해 물탱크 등 시설이 손상됐으며 병원 앞에 있던 어린이 등 피란민이 크게 다쳤다. 환자를 이송하던 구급차에도 사격을 가해 구급대원들이 총상을 입었다고 적신월사는 전했다.
이날 100대가 넘는 트럭이 이집트 접경 라파검문소를 넘어 가자지구로 진입했지만 정작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자시티에는 구호품 전달 통로마저 막힌 상태다. 유엔은 이날 “가자시티와 가자지구 북부 대부분이 다른 지역과 단절돼 인도주의적 구호품 지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유엔은 가자시티를 비롯한 북부 지역에 주민 30만명이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병원 상황은 ‘지옥’을 방불케 한다고 현지 구호단체들은 전했다.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구호요원 라자 무슬레는 CNN에 “죽음의 냄새, 피 냄새가 도처에서 나고 있다”며 “말 그대로 비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료 부족으로 영안실의 냉동고까지 작동을 멈추면서 밀려드는 시신들은 병원 밖에 그대로 줄지어 방치된 상태다. 국경없는의사회와 현지 의료진들은 극심한 의약품 부족으로 의료진이 마취제와 진통제 없이 수술과 치료를 하고 있으며, 일부 산모들은 마취 없이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알시파 병원 응급실 의사인 알라 시탈리는 “인간으로서, 의료인으로서 이런 상황을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거듭 민간인 보호와 휴전을 촉구했다. 유엔 특별보고관 및 인권 감시 전문가그룹은 이날 “가자지구 주민들이 대량 학살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여전히 휴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이날까지 가자지구 내 누적 사망자는 9061명으로 이 가운데 3760명이 어린이로 집계됐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까지 더하면 이번 전쟁 사망자는 불과 28일만에 1만여명을 넘어섰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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