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말 나온다던 LK-99 검증 결과 왜 안 나오나 했더니…R&D 예산 삭감 ‘유탄’
검증 결과 종합해 백서 출간 계획
R&D 예산 삭감 여파로 연구자들 백서 작업 난항
국내 연구자들이 개발했다고 주장한 LK-99의 상온·상압 초전도성을 검증하고 있는 학계 검증위원회의 활동 종료가 늦어지고 있다. 당초 검증위는 지난달 말 그간의 검증 결과를 종합해 백서를 출간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결론은 감감무소식이다.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검증에 나선 것이 그 시작이었던 만큼 강제성은 없지만, 국내외에서는 LK-99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다.
검증위원장을 맡은 김창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장)는 지난달 18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검증위 활동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며 “10월 말 백서를 출간하며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LK-99를 검증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유일한 시도인 만큼 검증위가 내릴 결론에 관심이 집중됐다.
3일 과학계에 따르면 검증위 활동 종료 예고 시점을 넘기고도 백서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증위측에 그 이유를 묻자 정부가 갑작스럽게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면서 검증위에 참여한 주요 연구자들이 백서 발간에 집중하기 어렵게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백서 발간이 취소된 것은 아니고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백서를 책임지고 마무리는 짓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백서 발간을 주도하는 김 교수마저도 현재 R&D 예산 삭감에 따른 과학계 대응 활동으로 바쁜 상황이다. 김 교수는 한국물리학회 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예산 삭감에 대한 기초과학계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 LK-99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예산 삭감으로 인한 과학기술계의 위기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업무의 우선 순위를 바꿔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물리학회는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추계 학술대회에서 R&D 예산 삭감을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뤘다. 전국 물리학 분야 학과장·학부장들이 모여 학령인구 감소, 연구비 삭감 예고로 인한 해법을 의논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내년도 R&D 예산 지원 현황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물리학회에서도 R&D 예산 삭감을 두고 업무가 많이 쌓이고 있다”며 말을 흐렸다.
다른 연구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과학계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LK-99 검증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연구자는 계속 과제 예산이 삭감되고 내년도 신규 사업 공모도 불투명한데 연구 실적으로 잡히지도 않는 LK-99 검증에 시간을 쏟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연구 사업 선정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하나의 논문이라도 더 발표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검증위 활동 종료가 늦어지는 이유를 연구비 삭감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당초 검증위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LK-99를 검증하고 대중들의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해소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증위 활동이 지난 8월 초 시작됐으니 이제 막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너무 이른 활동 종료 선언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증위는 백서를 언제쯤 발간할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대답하기 어렵다’는 답을 내놨다. 다만 백서 작성을 위한 개요는 모두 나왔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LK-99에 관심을 갖는 이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검증위만이 아니다. LK-99를 개발한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입장 발표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국내에 LK-99 보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줄곳 명확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가 아닌 공식적인 국제 학술지에 논문이 발표되면 그간의 궁금증을 해결할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논문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학술지에서 논문을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는 단계라는 설명만 내놓고 있다.
검증위와 퀀텀에너지연구소 모두 LK-99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아직 식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호기롭게 시작한 일들이 용두사미로 끝을 맺지 않기 위해서는 끈질긴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김 교수는 “국민들과 약속을 한 만큼 마무리를 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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