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순환 근무, PA·체외순환사 인정해야" 흉부외과 두 수장의 묘안은

정심교 기자 2023. 11. 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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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나국주 학회장, 김경환 이사장

심장혈관흉부외과(이하 흉부외과)가 '초비상'이다. 65세 미만의 실제 활동 전문의는 1161명이고, 이 가운데 50대 이상은 60.8%인 707명으로, 전형적 역피라미드 식 고령화 구조를 보인다. 게다가 활동 전문의의 21%는 흉부외과와 관련 없는 분야로 이탈했다. 지난해 흉부외과 전공의로 지원한 사람은 23명에 불과해 1994년(57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나마 올해는 38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향후 지속 관찰이 필요한 상태다.

게다가 수술장에서 흉부외과 의사와 합을 맞추는 PA(진료지원인력)와 체외순환사는 국내에서 정식 직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이들을 위한 수가가 배정되지 않아 열악한 처우로 인한 인력 붕괴가 언제 속도를 낼지 미지수다. 이런 붕괴 조짐에 대한 우려는 흉부외과 의사 단체인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개최하는 '제55회 추계 학술대회' 현장에서도 쏟아졌다. 이 학회 나국주(화순전남대병원) 학회장, 김경환(서울대병원) 이사장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흉부외과의 현실과 문제점을 짚었다.

(사진 왼쪽부터)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나국주(화순전남대병원) 학회장과 김경환(서울대병원) 이사장이 흉부외과의 현주소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Q. 올해 흉부외과에 지원한 전공의가 소폭 늘긴 했는데.
나국주 학회장= "흉부외과를 비롯한 필수 의료에 대해 정부에서도 신경 써준 덕분인지 올해 지원자가 38명으로 지난해(23명)보다 15명 늘긴 했다. 다행이지만 과연 이런 현상이 일회성에 그칠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흉부외과 전공의에게 지원하더라도 개업(개원)하는 비율도 고려하면 전공의가 매년 40명은 충원돼야 흉부외과가 그나마 안정적인 궤도권에 오를 것이다. 흉부외과 전문의가 개원하면 대동맥박리 같은 중증질환에 대한 수술 인력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전공의 부족은 지방에서 더 심각하다. "
Q. 흉부외과 전공의,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나국주 학회장= "전체 전공의 수도 줄었지만, 지역과 병원에 따른 전공의 수급 불균형도 해결하려면 우리 학회에선 현재의 전공의들에게 최선을 다해 교육해야 하며, '일당백의 의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 기초가 '교육'이다. 그런데 내과·외과도 전공의가 줄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공의의 수련 기간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전공의는 더 줄었고, 4년 차에서 3년 차로 줄다 보니 전공의를 데리고 있는 전문의가 더 힘들게 됐다. 해당 학회 회원들이 힘들어한다고 들었는데, 그렇다고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우리 학회는 쉽지 않은 길을 가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기로 했다. 병원 간 전공의 교육 수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콘텐츠 개발·제작, 화상교육 등이 필요하다. 우리 학회에선 전공의 연구비·교육비 등을 지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2017년 시작된 전공의 특별법은 전공의의 수련·교육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역량 중심의 교육, 표준화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2일 '제55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일당백의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을 강조하는 나국주 학회장. /사진=정심교 기자
Q. 지역 순환 근무제를 처음 제안했는데.
나국주 학회장= "그렇다. 개인적인 제안이었지만 흉부외과 전공의가 서울에 몰려 있고 지방엔 부족한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컨소시엄(여러 곳이 협력해 도움이 필요한 곳을 지원하는 방식) 형태의 순환 근무를 이번 학술대회에서 처음 제안했다. 전공의 수급 잘 되는 병원 세 군데, 그렇지 못한 지역병원 세 군데를 컨소시엄으로 만들어 1년간은 지역병원에서 근무하는 식으로 순환 근무하는 방법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일단 한번 서울에서 살면 지방으로 가려 하지 않는다. 이런 세대가 지방에서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살아보면 '지방도 살만한 곳이구나', '트레이닝 마치면 어디서 스텝을 해야겠다'는 등의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자도 적은데 누가 지방까지 가려 하겠느냐는 학회 내부의 의견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접근해보면 좋겠다. 요즘 젊은이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점을 우리가 만들어내야 한다. 수가 보상제를 잘 이용해 전문의나 전공의가 일할 만하다고 느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Q. 협업해온 PA·체외순환사가 정식 직종이 아닌데.
김경환 이사장= "예전에 의사들이 직접 체외순환을 맡았지만 서서히 '체외순환사'라는 직종이 생기고, (간호사·임상병리사·응급구조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이들이 암암리에 체외순환사로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수술장에서 흉부외과 의사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고되게 일하며, 환자 생명의 최일선에 머물고 있다. 이제는 그들을 제대로 대우하고,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흉부외과 의사가 있어도 체외순환사가 없어 수술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것이다. 우리 학회 교육위원회에선 매년 'PA'들을 위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PA'를 우리와 함께 갈 공식 인력으로 끌고 가는 게 목표이지만 너무 앞서나가면 불법 PA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 슬기롭게 대처하려 한다. '체외순환사'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지위가 부여되도록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등을 설득하고 있다. 2020년 우리 학회는 '체외순환사 인증 제도'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3년마다 갱신하는 제도를 두고, 이들을 탄탄하게 교육하고 있다. 체외순환사 문제가 지난달 25일 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거론됐다. 복지부 장관도 모르고 있었다. 체외순환사가 왜 필요하고, 왜 정식 직종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위험수당·수가 등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복지부 측과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분도 조만간 좋은 결과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 체외순환사의 존재는 지난달 2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거론됐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체외순환사에 대해 들어봤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이번에 질문한다고 (머니투데이 기사를 통해) 접하면서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지난달 24일자 머니투데이가 단독 보도한 기사([단독] "없으면 수술 마비"…흉부외과 '불법' 투명인간 국감 첫 등장)의 출력물을 들어 보이며 "이런 기사도 나왔다. 이번 국감을 준비하면서 (체외순환사의 자격을 논하는 게) 늦은 감이 있지만 기사가 났기 때문에 장관께서도 충분히 숙지했을 것으로 본다"며 "흉부외과 수술 때 체외순환사가 그동안 역할을 꾸준히 해왔고, 없으면 안 되는 필수 요원이라는 점을 동의하는가"라고 물었다. "동의한다"고 조 장관이 답하자 강 의원은 "그럼 체외순환사를 공식 직종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체외순환사 존재의 중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업무 범위 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것(체외순환사)에 대해 별도의 자격을 주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존 면허와의 관계, 현장 의견을 수렴해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2일 '제55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흉부외과 수가의 점차적 개선을 이루자고 강조하는 김경환 이사장. /사진=정심교 기자
Q. 수가가 낮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는데.
김경환 이사장= "일단 흉부외과가 올해 1월부로 '심장혈관흉부외과'로 명칭을 변경했다. 새롭게 태어난 만큼 필수 의료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금씩 틀을 갖춰가고 있다. 그 예로 대동맥 박리 수술 같은 중증의 응급 분야에서 수가가 꽤 많이 올라갔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수가가 개선되지 않은 분야도 남아 있다. 한꺼번에 다 올릴 수 없으니 차근차근 복지부를 설득해 메꿔 나가겠다. 제1 조수(수술장에서 집도의를 돕는 의사)가 전문의일 때 전문의에 대한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다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 해외 선진국만 해도 제1 조수를 다른 전문의가 맡으면 제1 조수에 대한 수가가 책정돼있다. 심지어 수술 집도하는 것보다 어시스트(조수)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교수들도 더러 있다. 그만큼 수가가 좋다는 얘기다. 또 제1 조수가 전문의급이라는 건 그만큼 중증 환자라는 점을 의미한다는 점도 수가 반영에 고려해야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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