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 할 이유 넘치는 MS·메타…카카오는 찾기 힘드네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3. 11. 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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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지표로 살펴본 한미 플랫폼 대장株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대형 플랫폼 관련주가 올해는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주가가 고점 대비 50% 넘게 하락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한국의 카카오톡은 각종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고 챗GPT 등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새로운 도전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반면 플랫폼은 사람과 데이터가 함께 모이는 곳이므로, 돈과 수익률이 결국은 함께 따라올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플랫폼 주식은 저점 매수 기회인가 아니면 당분간 들여다보지 말아야 할 주식인가. 한미 대표 플랫폼 관련주의 내면을 분석해본다. 대상은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2곳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플랫폼, 알파벳(구글) 등 미국 3대장을 포함했다. 지표는 영업이익률,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시가총액 중 잉여현금흐름(FCF) 비중,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판관비율),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활용했다.

악재 돌출된 한국, 호재 여전한 미국

주가가 고점 대비 78%나 하락했지만 고평가 주식으로 불리는 한국 주식이 있다. 바로 카카오톡으로 '국민주'가 된 카카오다. 카카오 주주들은 쪼개기 상장(분할상장), 데이터센터 화재, 최고경영자(CEO) 구속 등 굵직한 악재가 주마등처럼 스쳐 가며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악재 대신 AI 등 신사업 호재가 만발한 미국 플랫폼 기업이 반대급부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다. 마음 편한 투자 포트폴리오에 MS, 메타 같은 주식이 1, 2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국내 플랫폼 기업은 AI 경쟁에서 한발 늦었다. 특히 카카오는 아직 AI 성과가 없어 플랫폼이라기보다 내수용 마케팅 회사 혹은 지주사로 평가돼 주가가 더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적 대비 주가는 메타가 가장 저렴해 월가에선 이 주식을 '당장 사야 할 낙폭 과대주'라고 꼽는다.

MS는 주가가 가장 덜 하락했지만 카카오나 네이버보다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챗GPT와 클라우드로 AI 성장성을 담보한 데다 영업이익률도 제일 높아 중장기로 편안하게 모아 갈 만한 주식이라는 것이다.

클라우드와 AI로 '땅 짚고 헤엄치는' MS

이 중 수익성이 가장 뛰어난 곳은 영업이익률 1위 MS다. 지난 3분기(MS 회계연도 2024년 1분기)에 47.6%를 기록했다.

40%대 이익률로 꾸준히 돈을 버는 것에서 안주하지 않고 AI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은 '애저'다. MS처럼 빅테크들이 AI 투자를 지속하는 한 클라우드의 성장은 '따 놓은 당상'이다.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AI 사업과 이를 가상 공간에 보관·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단짝'으로 최근 동반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MS 애저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경쟁사 구글 클라우드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22%, 12%에 그쳤으니 MS는 클라우드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MS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사업구조 덕분이다.

오픈AI와 손잡은 MS는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면서 두 사업 모두에서 돈을 벌고 있다.

MS는 애저 외에도 윈도, 오피스, 빙, 에지, 링크트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지속적으로 매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반면 인건비 등 판관비는 계속 줄이고 있다. 올 들어 시작된 빅테크 감원 바람에 동참해 비용 부담을 덜었다. MS의 3분기 판관비는 66억6100만달러(약 9조원)에 달하지만 매출에 비하면 11.8% 수준이다. 매출 대비 판관비율이 5대장 중 가장 낮아 임금 인상 '스트레스'가 가장 덜한 플랫폼 기업이다.

이 같은 이유로 MS 주가는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사상 최고가 대비 8% 떨어졌다. 5대장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 하락률이다.

올해 말 기준 MS의 예상 PER은 30배다. 카카오(44.1배)는 물론, 네이버(31.1배)보다도 싸다. 주가가 덜 빠졌는데 저평가된 이유는 그만큼 성장성이 높다는 뜻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MS의 2022년 EPS는 9.78달러인데 2023년에는 11.23달러로 추정된다. 1년 증가율이 14.8%로 준수한 편이다.

최근 챗GPT가 다소 주춤하지만 성장성이 확인되면 EPS 추정치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10월 말 주가순자산비율(PBR) 측면에선 MS가 11.36배로 고평가 주식으로 분류된다. 다른 플랫폼 4곳 PBR은 모두 한 자릿수다.

애플 아이폰처럼 실제 손에 쥐고 쓰는 MS 제품이 없다는 면에서 MS 주가가 높다고 평가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익 46% 늘어나는데 PER 17배 메타

올해 실적으로 봤을 때 PER이 가장 낮아 저평가된 곳은 메타(17.1배)다.

주가는 최고점 대비 22% 하락했다. 올해 EPS가 작년 대비 46.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 치고는 주가가 많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EPS 증가율이 20.6%인 구글의 경우 주가가 최고점 대비 18% 떨어졌다.

메타는 자사 플랫폼으로 과거 이름이었던 페이스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절대 강자 인스타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 동향에 민감하지만 전 세계의 온라인 광고 수입을 쓸어담는다. 3분기 영업이익률이 40.3%에 달했던 이유다.

다만 일각에선 가상현실(메타버스) 사업에 쏟아부은 돈만 없었다면 이익률이 더 높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부는 '리얼리티 랩'이다. 이름처럼 연구소와 같이 돈을 쓰는 곳이다. 그 돈이 분기당 5조원에 가깝다는 점이 문제다.

3분기 리얼리티 랩의 영업손실은 4조9000억원에 달했다. 1년 새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포함된 소셜미디어 사업부 영업이익이 87% 증가한 덕분에 이 손실을 메꾸고도 남았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선 '현금이 왕'이 되는데 월가에서도 시가총액 중 FCF 비중을 중시한다. 메타의 올해 말 예상 FCF는 367억1930만달러(약 49조6000억원)로 10월 30일 기준 시총의 4.7%를 차지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투자 매력도가 올라가는데 구글이 4.6%, MS가 2.7%다.

메타는 자사주 소각률에서도 구글과 MS를 앞선다. 지난 9월 30일 기준 메타의 기본 유통 주식 수는 1년 전보다 3.5% 줄었다. 그만큼 자사주를 소각했다는 뜻으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구글(클래스A 기준) 주식 수는 3.3%, MS는 0.3% 감소하는 데 그쳤다.

MS는 최근 1년간 AI에 투자를 집중하느라 주주 환원 강도를 다소 줄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메타는 주주 환원과 주력 사업에서 모두 뛰어난 성과를 냈지만 신사업에선 갈팡질팡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CEO조차도 메타버스 사업을 강화할지, 중단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고용 현황에서 드러나는데 메타는 2년 연속 각각 1만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직원 수가 7% 감소했다.

이 와중에 수전 리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24년까지 상당한 규모의 채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고 본 분야는 리얼리티 랩이다.

카카오는 신사업 부진…반등 여지는 있어

MS가 AI, 메타가 가상세계를 신사업으로 보고 플랫폼을 강화하는 가운데 카카오는 뚜렷한 신사업 비전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카카오가 10월까지 내놓기로 한 AI 사업인 거대언어모델(LLM) '코(Ko)GPT 2.0'은 연내 공개로 미뤄졌다. 이마저도 기존 카카오톡에 붙이는 방식의 무료 모델이다. AI 사업으로 버는 돈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률이 5.6%에 그쳤는데 반전의 계기가 없는 상황이다.

매출 대비 판관비율도 78.4%에 달한다. 10%대인 미국 플랫폼 기업과 비교 불가 수준이다. 이에 비용 부담이 커서 실적과 주가 상승의 날개를 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EPS는 5대장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로 꺾인다. 2022년 대비 2023년 EPS가 39.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를 낙폭 과대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최고점 대비 78% 하락했다. 같은 기준으로 네이버가 60% 하락했으니 카카오가 저렴해 보이는 '착시'가 존재한다. 그러나 카카오는 최고가 당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품고 있었고 이후에 분할 상장했다. 두 회사 합산 시총 기준으로 카카오 낙폭은 61%다. 네이버의 낙폭과 불과 1%포인트 차이다.

카카오의 PBR은 1.57배로 네이버(1.27배)보다 비싸다. PER은 말할 것도 없다. 나 홀로 40배가 넘는다.

네이버는 AI로 돈을 벌 예정이고, 카카오는 무료 기반이어서 주가가 더 비싸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엔터 분할 상장 악재까지 남아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엔터 가치를 키우기 위해 동종 업계 SM엔터테인먼트를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사법 리스크까지 겹쳤다. 카카오엔터를 상장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기존에 상장하기로 한 카카오모빌리티(택시사업)조차도 매출 부풀리기 논란으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

당국뿐만 아니라 재무적투자자(FI)도 카카오를 압박하고 있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아직까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한 투자자가 많다는 것. 대표적인 곳이 중국계 자본 '맥시모(MAXIMO PTE. LTD)'다. 이곳은 중국 텐센트 투자 자회사로,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 지분 6.03%를 들고 있다.

유일한 희망은 카카오가 여전히 들어오는 현금이 많아 회생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시총 대비 FCF 비중은 5.3%로 미국 플랫폼 기업보다 높은 편이다.

주가가 하락한 것에 비해 현금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으로, 각종 악재만 사라지면 카카오 주가가 반등할 여지는 남아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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