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작가 북토크마다 아랍 독자들···"미래세대는 K북으로 공감"
한국, 중동권서 첫 주빈국 맡아
109개국서 2000개 업체 참여
정호승·김애란 등 작가 기획전
'무한 상상력' 주제전시 등 마련
국악·서예 등 한국문화 홍보도
내년 서울 행사엔 사우디 초청
“과거 중동 아랍국가와 건설·플랜트 등에서 협력이 있었죠. 앞으로는 첨단 기술을 제휴할 거에요. 아랍에미리트(UAE)는 2021년 우주의 화성 궤도에 위성을 보낸 기술이 있어요. 우리 신라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교류의 역사도 깁니다. 서구와는 달리 우리와 그들은 역사상 갈등도 없죠. 진정한 미래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국내 최고의 아랍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일 UAE 샤르자에서 열린 ‘샤르자국제도서전’ 부대행사 강연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아랍권과 한국이 서로 알고 공감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로 책을 꼽았다. 그는 “이번 도서전을 계기로 아랍 미래세대와의 교류를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를 잘 알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확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개막해 오는 12일까지 진행되는 2023년 샤르자국제도서전을 계기로 한국과 UAE와 함께 한국과 아랍권의 교류와 상호이해가 깊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샤르자는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의 하나지만 출판과 문화 측면에서는 UAE, 나아가 중동 등 아랍권의 중심이자 대표라는 인식이 강하다.
샤르자국제도서전은 올해 42회째로 지난 1982년 시작된 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매년 200만명 이상 관람객이 방문하는 중동 최대의 도서전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번 도서전에서 ‘주빈국’으로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국제도서전의 주빈국은 출판·문화 교류 행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가 간의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문화적 역량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집약적 공간 기능을 한다. 샤르자는 올해 6월 서울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해 한국에 중동과 아랍의 문화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한국이 샤르자에 진출한 것이다. 한국이 중동국가 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그만큼 지금까지 중동 문화에 대해 이해도가 부족했던 셈이다.
K팝과 드라마가 중동에서도 인기지만 문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의 교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이와 관련, 내년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빈국으로 초청될 예정이다. 중동 아랍의 주요국인 UAE와 사우디를 서울에서 잇따라 만날 수 있는 것은 문화교류 전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한다.
올해 샤르자국제도서전의 주제는 ‘우리는 책을 말한다’(We Speak Books)다. 한국을 포함, 전세계 109개국에서 2000여개 출판 업체·기관이 참여했다. 주빈국인 한국관의 전시 주제는 ‘무한한 상상력’(Unlimited Imagination)이다.
한국관을 운영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윤철호 회장은 “책은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하고 시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책의 이러한 확장성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1일 개막식에 참여한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문화 전반, 예술·관광 등으로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르자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샤르자 엑스포 센터의 중앙에 위치한 ‘한국 주빈국관’은 이러한 한국의 비전을 배경으로 구성됐다. 규모는 대략 57평인 189㎡다. 크게 △김승희·정호승·김애란·김언수·배명훈·손원평·황선미 등 아랍권에서 인기 있는 우리 작가 7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한국작가 전시’ △주빈국 주제인 ‘무한한 상상력’에 맞춰 시간의 지평선(우주, 지구, 생태계, 온라인 공간), 기억의 궁전(신화, 종교, 괴물, 역사), 감각의 확장(동식물, 인간, 공동체), 창발하는 미래(SF, 기계, 로봇, 디스토피아) 등 소주제별로 만나는 ‘주제 전시’ △경혜원·김상근·박현민·최혜진 작가의 그림책 등 ‘그림책 전시’ 등이 마련됐다.
한국관에는 240여 종의 우리 책이 전시된 것을 비롯해 이들 작가들도 직접 샤르자를 방문해 북토크 등 다양한 형식으로 아랍지역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외에 퓨전 국악 공연과 요리, 서예 등 한국 전통문화 체험 행사도 진행된다.
다만 한계도 눈에 띄었다. 출판업을 하고 있다는 모하메드 씨는 전시 도서를 둘러본 후 “창의적인 기법이 인상 깊지만 아직 한국 국가 자체의 이해가 부족해 책도 인지도가 낮다”고 아쉬워했다. 출판협회 측은 “젊은 세대에게 인기있는 K팝에 대한 관심을 책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일단 이해가 쉬운 그림책 분야에서 현지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글·사진(샤르자)=최수문기자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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