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쓰자!과학용어] ⑦면역억제제->면역조절제...처세대한림원이 꼽은 용어
[편집자주] 과학, 기술, 의학 분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용어들이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처음 통용되기 시작할 때 의미 전달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용어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문용어라고 애써 회피해도 사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진·기상 재해, 후쿠시마 오염수, 최첨단 기술 등장 등이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용어들은 선뜻 이해하기엔 여전히 어렵고 일부는 잘못 사용되거나, 오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 이처럼 전환이 필요한 용어들을 선별해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제안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한화학회, 한국기상학회,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YKAST)이 이번 기획에 도움을 줬습니다. 제시되는 대체 용어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용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젊은 과학기술인 아카데미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Y-KAST)’ 소속 과학자들을 통해 과학기술계에 두루 쓰이고 있는 전문용어지만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잘못 쓰이고 있거나 오인하기 쉬운 단어들을 꼽았다. Y-KAST는 대체 가능한 용어들을 제안하면서도 학계는 물론 국민들과도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34. 양자암호통신→양자 키 분배 프로토콜/양자암호 프로토콜
양자암호통신은 양자역학 법칙을 이용해 정보의 기밀성을 높인 보안 통신 기술을 의미한다. Y-KAST 소속 공학부는 용어 사용 시 양자암호와 양자통신을 분리해 사용하는 것이 혼란을 피하는 데 더 적합할 것으로 보았다. 양자암호는 양자역학 원리로 정보를 전송하는 기술이고, 양자통신은 양자암호를 통해 정보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양자역학을 이용한 정보의 안전한 전송은 ‘양자 키 분배 프로토콜’ 혹은 ‘양자암호 프로토콜’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았다. 해킹이 불가능한 안전한 방식으로 키를 공유하는 암호체계를 ‘양자 키 분배’라고 한다.
35. 면역억제제→면역조절제
면역억제제는 면역시스템의 활동을 감소시키는 약물로, 세포들이 염증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가령 장기 이식 환자는 면역세포가 새 장기를 공격하는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 약물요법을 받는다. Y-KAST 소속 의약학부는 억제를 하다는 표현이 면역기능을 완전히 무력화한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면역조절제’로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36. 적색편이→적색이동/빨강치우침
별이 멀어질 때 도플러 효과의 영향으로 빛이 실제 빛의 스펙트럼보다 붉은색으로 치우치는 현상을 적색편이라고 한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멀리 있는 은하를 발견할 때 자주 쓰이는 용어로, 일본식 한자 표현이다. 2000년 전후 천문학계는 ‘적색이동’으로 용어를 개정했지만 잘 쓰이지 않고 있다. 중고교 교과서에도 여전히 적색편이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다. Y-KAST 소속 이학부는 적색이동을 사용하거나 순우리말로 '빨강치우침'으로 사용할 것을 제시했다.
37. 메타지놈 분석→미생물 군집분석
메타지놈은 지놈(유전체)이 많이 모여있는 것을 말한다. 메타지놈 분석은 생물의 신체, 바다 등 환경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균, 곰팡이 등에 대한 분석을 할 때 쓰인다. 미생물 군집분석으로 대체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38.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생명정보학
바이오인포매틱스는 화학, 생화학, 컴퓨터과학, 응용수학 등을 이용해 분자 수준에서 생물학을 다루는 학문이다. 현재 바이오인포매틱스는 생물정보학, 생명정보학, 생정보학 등 여러 명칭이 혼용돼 쓰이고 있다. Y-KAST 소속 이학부는 한국생명정보학회 등 관련 학회의 의견을 모아 용어를 하나로 통일할 것을 제안했다.
※ 이 기사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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