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평 14억은 좀…” 고분양가에 서울 청약 ‘완판행렬’ 멈췄다
올해 초만 해도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 행렬이 이어졌던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청약 미달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가파르게 오른 분양가 수준이 수요자들이 생각하는 ‘저항선’ 수준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는 787가구 공급에 1만3280명이 몰리며 평균 16.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중 20㎡, 59㎡ E, 84㎡ D·E 평형에서는 예비 입주자 인원인 500%를 채우지 못해 2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미달이 난 평형들은 모두 2블록으로 저층인데다 역과 떨어져있는데도 1블록 평형들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며 “먼저 분양한 인근 단지들과 비교해도 전반적으로 분양가가 많이 비싼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문아이파크자이의 평균 분양가는 3.3㎡ 당 3550만원으로, 전용면적 84㎡ 기준 12억1280만원(타운하우스 제외)다. 지난 4월 ‘휘경자이 디센시아’(2930만원)의 같은 평형 분양가는 9억7600만원, 8월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3285만원)는 10억9900만원이었다. 6개월 사이에 2억원 이상이 오른 것이다.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건 이 단지 뿐만이 아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최초 분양 때 14대 1의 경쟁률 기록했으나 당첨자의 절반 가량이 계약을 포기해 선착순 분양에 나섰다.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13억9393만원에 달해 ‘배짱 분양가’라는 지적이 나왔던 단지다.
지난 9월 분양한 서울 성북구 ‘보문센트럴 아이파크’ 역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7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미계약 물량이 다수 발생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평균 2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 역시 미계약자 속출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청약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 정부의 전방위적 청약 규제 완화, 서울 신축 공급 부족 우려로 ‘고분양가’ 논란에도 무난하게 완판에 성공하는 단지들이 많았지만, 가파르게 오른 분양가가 수요자들의 심리적 저항선까지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무순위 청약건이 나오기 시작한다는건 당첨자들이 실제 계약을 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뜻”이라며 “분양가격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시장의 수용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 165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1486만원) 보다 11% 올랐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후 가격 통제 장치가 사라진 상황이라 분양가 상승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확률이 높다.
분양시장 뿐만 아니라 매매시장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3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총 8만45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실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20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1407건으로, 거래 신고 기간이 남아있는 것을 고려해도 9월(3362건)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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