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의 최대 선결 과제는 ‘尹과의 관계 재정립’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혁신위’엔 부정적인 데 반해 ‘인요한’에는 기대감
(시사저널=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늪에 빠진 집권여당 국민의힘과 지지율 수렁에 갇힌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인요한은 등판하자마자 혁신적인 발언으로 여의도 정치권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명언을 인용해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언제든지 할 준비와 각오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사실상 사면초가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한 달여 내로 침체에 빠진 당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당의 지지율을 현재보다 약 10%포인트 정도 더 올려놓지 않으면 민심 회복의 해법은 없다. 10월23일 임명된 인 위원장은 12명의 혁신위원을 임명했다. 호남·여성·MZ세대가 다 반영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비교적 잘된 인선으로 보는 평가도 있고,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지 염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당은 전권을 인 위원장에게 준다고 했지만, 지지층들이 그리고 유권자들이 그렇게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첫 혁신 과제로 당내 인사들에 대한 '대사면'을 내걸었다. 이준석 전 대표나 홍준표 대구시장 등 현재 당의 징계를 받고 있는 인사들의 처분을 풀어주고 함께 통합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꽤나 매력적인 제안처럼 비친다. 그러나 당내 반응은 복잡하게 뒤섞여 있고, 정작 대사면이 적용된다면 수혜를 받게 될 당사자인 이 전 대표는 '아량을 베풀 듯이 접근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며 시큰둥한 태도다. 한편 당의 혁신과 관련해 중요한 내년 공천에서 영남 중진들이 수도권으로 와서 출마해야 한다는 이른바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을 인 위원장이 내세웠지만 TK 및 PK 중진 의원들로부터 거센 저항에 봉착한 모습이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또 두드리고 두드려야 한다. 왜냐하면 여론도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민 여론은 인요한 혁신위원회에 어떤 과제를 가장 중점적으로 요구하고 있을까.
與 지지층에선 "관계 재정립"이 절반에 육박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를 받아 10월28~29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여당의 혁신을 추진함에 있어 무엇을 가장 중점으로 두어야 한다고 보는지' 물어보았다. 전체 응답자의 32.3%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이라고 답했다. "유승민·이준석 등 비윤(非윤석열)계와의 통합"은 24.1%, "영남권 중진들의 험지 출마 등 인적 쇄신"은 19.8%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이 47.1%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그림①). 조사 결과를 보면 인요한 혁신위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해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시장 그리고 유승민 전 의원 등 이른바 비윤파를 포용하는 것이나 친윤 핵심 의원들을 비롯해 영남권 중진이 대거 수도권 출마를 시도하게 만드는 일이다. 당의 공천 혁신과 총선 승리를 위해 불출마 결단을 내리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크게 민심을 움직이는 필요충분조건의 해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변화'라는 명제다.
앞으로 대통령 지지율이나 국민의힘 지지율도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얼마나 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역할을 하느냐 그리고 성공적이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10월24~26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 33%, 부정평가 58%로 나왔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32%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이 수치상으로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이 높게 나왔다고 해서 희희낙락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 2016년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 당시 한국갤럽 조사 결과 기준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지지율이 40%를 웃돌았지만 선거 결과는 다수당 자리마저 뺏기는 참패였다.
빅데이터 분석, 인요한 긍정 51%-부정 45%…혁신위 긍정 25%-부정 73%
그 결과 국정 운영의 주도권이 꺾이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하는 정치적 참사가 벌어졌다. 그래서 인 위원장이 중도층, 무당층, 수도권, 2030 MZ세대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코리아 젠틀맨' '진정한 애국자'라고 극찬을 한 것도 모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외연 확대 차원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도 달라진 모습이다.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월31일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을 어떻게 편성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국회에서 했다. 이 시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윤 대통령은 김진표 국회의장과 함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국회 각 당의 대표와 20여 분간 사전 환담 자리를 가졌다. 그동안 '대국민 소통을 별로 하지 않는다' 또는 '야당과 소통이 전혀 없다'는 비판을 들어왔던 윤 대통령이기에 더 중요한 소통의 자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과연 빅데이터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원회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10월23일부터 28일까지 인요한 위원장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을 도출해 보았다. 인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존경하다' '희망' '성공하다' '편향적' '울다' '위기' '사랑' '잘알다' '힘들다' '가난하다' '빨갱이' '어렵다' '최적' '특별' '찬양하다' 등으로 나타났고, 혁신위원회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비판' '우려' '횡포' '잘못하다' '긍정적' '패배' '반발' '참패' '난항겪다' '반대하다' '난항' '범죄' 등으로 나왔다.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보면 인 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에 혁신위원회에 대한 감성 연관어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혁신위원회에 대한 정치적인 이미지는 별로 좋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에서 인 위원장은 긍정 51%, 부정 45%로 나왔고, 혁신위원회는 긍정 25%, 부정 73%로 나왔다(그림③).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를 향한 관심이 높은 편이지만 국민이 더 주목하는 쪽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다. 인 위원장이 공언한 대로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에서 얼마나 혁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조건이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이 평소의 소신대로 어느 견제에도 굴하지 않고 대통령과 당에 혁신을 요구하고 관철시킨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고, 그러지 못한다면 혁신위는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고 만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운명이 오롯이 인요한 혁신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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