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외 대표부 철수, 외교 역량 효율적 재배치”···반미 외교 ‘선택과 집중’
한정된 외교력 ‘반미 국가’에 집중할 듯
김정은 ‘신냉전·다극화’ 정세 인식 결과
러·중, 팔레스타인 등 중동 국가와 연대
북한 외무성이 최근 아프리카·유럽·아시아 등지의 해외 공관 철수에 대해 3일 “국가 외교적 역량의 효율적 재배치”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국제사회 제재 등으로 광범위한 외교 활동에 한계가 큰 상황에서 러시아·중국·팔레스타인 등 ‘반미 국가’와 외교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다른 나라 주재 우리 국가 외교대표부들에 대한 조절 사업’에 대해 외무성 홈페이지에 설명했다.
대변인은 “최근 우리는 변화된 국제적 환경과 국가 외교정책에 따라 다른 나라 주재 외교 대표부들을 철수 및 신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가의 외교적 역량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운용하는 것은 주권 국가들이 대외 관계에서 국익 증진을 지향하여 진행하는 정상적인 사업의 일환이며 지난 시기에도 우리는 이러한 조치들을 여러 차례 취한 바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그러면서 “앞으로도 국제적 환경의 변화 발전에 부합되게 우리 국가 대외 관계의 전망적인 발전 견지에서 필요한 외교적 조치들은 계속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외 공관 폐쇄는 국제정세 변동에 따른 외교 정책의 일환이며 외교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아프리카 우간다·앙골라 주재 대사관, 스페인 주재 대사관, 홍콩 총영사관 폐쇄가 대북제재 강화에 따른 자금난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을 의식해 외무성이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본격화하고 있는 외교 활동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돼있고 자원도 한정적인 상황에서 인적·물적 외교 역량을 특정 국가들에 합쳐 모은다는 발상이다. 북한은 지난 8월 사실상 국경 봉쇄를 해제하면서 외교 활동 재개 움직임을 보여왔다.
국제정세를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약화하는 ‘다극화’와 ‘신냉전’으로 인식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반미 국가’와의 외교 강화를 통해 고립을 탈피하려들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반제·자주적인 나라들의 전위에서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하는 대외정책 원칙을 천명했다.
결국 북한은 미국과 대립하는 주요 국가인 러시아, 중국 등과의 밀착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국경 봉쇄 완화 직후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찾아 북·러 관계 강화가 최우선 대외 정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중동과 유럽에서 반미 전선이 펼쳐진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외교 관계를 맺어온 국가들과 공동 행동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지하는 중동 국가들과 연대 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커 보인다. 북한이 지난달 전쟁 발발 직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을 맹비난하는 입장을 잇달아 발표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이날도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은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대신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열을 올리면서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 행위를 계속 묵인 조장하고 있다”며 “미국의 잔인성과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은이 최근 팔레스타인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북한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다각적으로 활용하고자 기도 중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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