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늙어가는데'…1기 신도시 재건축? 리모델링?
신도시 특별법 연내 통과 미지수에 '초조'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가 입주 30년을 넘어선 가운데 주민들이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 하는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재건축을 선호하는 가운데 '1기 신도시 특별법'이 발표된지 9개월이 지났지만 국회 통과는 요원해 보인다.
특별법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1기 신도시 주민들도 사업방식을 결정짓지 못한채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3일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중순부터 2주간 1기 신도시 주민 135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촌(리모델링 32.4%, 재건축 31.8%)을 제외한 나머지는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재건축 90.6%, 리모델링 6.5%)과 산본(재건축 75.3%, 리모델링 19.4%), 분당(재건축 65.9%, 리모델링 24.7%), 중동(재건축 56.8%, 리모델링 20.4%)은 재건축 선호 비율이 훨씬 높았다.
'1기 신도시' 27곳 리모델링 추진
그러나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이 188%로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초에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렸던 이유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장 녹물이 나오고 주차장이 부족한데 재건축을 하기 어려운 곳은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며 "지하 주차장을 확보하고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는 게 리모델링 사업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중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는 분당 9곳, 일산 3곳, 평촌 9곳, 산본 6곳 등 27곳이다. 중동은 한 곳도 없었다.
주요 사업장을 살펴보면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분당 무지개마을4단지는 착공임박, 느티마을 3·4단지는 착공준비, 한솔마을5단지는 이주준비 단계에 있다. 일산 문촌마을16단지의 경우 건축심의를 준비 중이다.
쌍용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시공하는 분당 한솔마을5단지는 사업계획승인이 완료됐고 평촌 목련3단지는 사업계획 승인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주민의 관심사는 소위 '1기 신도시 특별법'이라 불리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국회 통과 여부다. 지난 3월 발의된 이 법안은 재건축 안전진단을 완화하고 용적률을 높여주는 걸 골자로 한다. 리모델링 역시 세대 수가 기존 15%에서 21%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조합을 결성한 곳은 다른 방식으로 선회하는 게 좋을지,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을지를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소수의견이 새로운 조합을 잘 끌고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조합원 총회를 열자니 수억원의 비용이 소요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조합 관계자의 말이다.
무엇보다 이들 조합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의 윤곽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정비사업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단지도 마찬가지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뭐가 더 유리할지 고민하며 초조해하고 있다.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재건축이 오래 걸리니 리모델링이 현실적인 대안이라 보고 추진했는데 법안이 논의되면서 좀 주춤한 상태"라며 "내년에 구체적인 방향이 나오면 그때 리모델링과 재건축 중 뭐가 유리한지 판단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리모델링 조합이 재건축으로 돌아서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이 유리하다고 해도 현저한 차이는 아닐 것"이라며 "총회를 열어 비용 처리하고 조합을 해산한 뒤 재출발하기에는 시간, 비용적으로 부적절하다. 이미 시작한 조합은 쭉 가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연내 될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일산과 산본, 중동, 분당, 평촌을 차례로 방문했다. 원 장관은 당시 "노후 주거환경을 살펴보고 주민들의 불편함과 염원을 확인한 만큼 소외되는 곳이 없도록 촘촘하게 관련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심의를 시작한 법안은 현재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달 22일, 29일, 다음달 6일 열린다.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 이번 국회 임기 내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다.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1기 신도시 정비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전체회의에서 "주민 불편을 최대한 빨리 덜어드리겠다는 약속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며 "법안의 연내 통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A건축사 대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1~3월은 물리적으로 법안 검토가 어려울 것"이라며 "연내엔 통과돼야 정부가 세웠던 추진 일정과도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공사기간과 난이도를 고려할 때 리모델링이 재건축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임에도 리모델링 사업을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이앤씨와 쌍용건설이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후발주자인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28일 산본 충무주공2단지 2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리모델링 기술 개발로 역량 강화에 나선 곳들도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수직증축 구조시스템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층간차음 특허 신기술 'H사일런트 홈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부동산 훈풍이 이어지고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부상하면서 대형사들이 앞다퉈 전담팀을 구축하고 사업 수주에 나섰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한풀 꺾이긴 했지만 기술력을 갖춘 건설사들에는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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