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수백억달러 빼돌린 ‘코인왕’…감옥생활도 수백년 하겠네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3. 11. 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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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돈세탁 등 7개 혐의 모두
12명 배심원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
바하마 법정 나오는 FTX 창업자 뱅크먼-프리드 [로이터 = 연합뉴스]
한때 ‘암호화폐의 왕’이라고 불리던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유죄 평결을 받아 최고 115년 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재판에서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뱅크먼-프리드의 금융 사기, 증권 사기, 돈세탁 등 7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이날 비교적 짧은 4시간 동안 회의를 한 뒤 뱅크먼-프리드의 유죄를 결정했다. 미국 형사재판에서는 배심원단의 평결이 판사의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CNBC는 7개 혐의에 대해 모두 최대 형량을 받을 경우 징역 기간이 115년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종 선고공판은 내년 3월 28일에 열릴 예정이다. 뱅크먼-프리드는 최종 선고 이후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뱅크먼-프리드의 형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뉴욕 검찰이 뱅크먼-프리드의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먼-프리드는 미 정치권에 최소 1억달러(약 1320억원) 가량의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은 유죄 판결 직후 법원 밖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암호화폐 산업이 새로운 것일 수 있고 뱅크먼-프리드 역시 새로운 인물일 수 있지만 이런 종류의 사기와 부패는 오래된 것”이라며 “이런 사건은 항상 거짓말, 부정행위, 절도에 관한 것이었고 우리는 이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자금을 빼돌려 계열사를 지원하거나 호화생활 유지를 위해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해 ‘실수는 있었지만 불법이나 고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죄’라는 주장을 이날도 되풀이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주간에 걸친 재판에서 뱅크먼-프리드는 “훔치거나 사기 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도 140번 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일관해 왔다.

뱅크먼-프리드의의 변호사인 마크 코헨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성명을 통해 “실망스럽지만 배심원단의 평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뱅크먼-프리드가 계속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그의 혐의에 대해 강력하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죄 평결은 지난해 11월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FTX가 대규모 인출 사태로 파산보호를 신청한지 1년 만에 이뤄졌다.

최고경영자(CEO)에서 사임한 뒤 은신한 뱅크먼-프리드는 한 달 뒤 바하마에서 긴급 체포됐다. 미국에 송환된 뒤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증인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지난 8월 다시 구속돼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뱅크먼-프리드가 2019년부터 FTX가 무너진 지난해 11월까지 고객 자금 약 100억달러(약 13조1770억원)을 빼돌려 FTX 자회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를 갚고, 바하마의 호화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보고 지난해 12월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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