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예산 기류 바뀌나···추경호 “필요한 부분은 앞으로 대거 증액”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 필요시 증액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연구 현장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R&D 예산 삭감과 관련한 정부의 강경 기조가 일부 방향을 전환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는 지난 9월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여서, 향후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증액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추 부총리는 3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R&D 예산과 관련해 “그동안 R&D가 너무 비효율적으로 중복적이고 보조금 나눠 먹기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R&D가 중요하다고 해서 지출 효율화하는 노력에 구조조정 대상의 성역이 될 수 없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R&D 예산은 늘릴 것이라며 향후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추 부총리는 “연구 인력 관련 예산에 사후에 문제가 제기돼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심사할 것”이라며 “R&D 예산을 계속 줄인다는 게 아니고 전문가와 학계 의견을 들어 필요한 부분은 앞으로도 대거 증액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두고 ‘연구 현장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해 R&D 예산안 보완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 “대한민국 발전 동력은 R&D에서 나온다는 게 확고한 철학”이라고 말했다. 당장 내년도 R&D 예산 증액 여부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증액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R&D 예산을 전년대비 16.6% 삭감된 25조9000억원으로 책정했다.
R&D 예산이 33년만에 삭감되고,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당에서도 R&D 예산 증액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연구소와 학교, 기업에서 정부 과제를 수행하던 젊은 연구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청년 연구원들의 인건비를 중심으로 한 관련 예산을 국회 심사 과정에서 증액할 수 있게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며 “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의 안정적인 연구 환경 조성과 학생 연구원을 포함한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투자 확대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야당의 확장재정 요구에는 계속해서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에 확장 재정을 요구한 데 대해 “그동안 빚이 급속도로 늘어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하면 국가 부채가 너무 커지고 대외 신인도, 물가 안정에 문제가 된다”며 확장재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출을 늘리는 데 전제되는 것은 대규모 빚을 내는 것인데, 이것은 굉장히 조심스럽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미래 세대, 청년들에게 빚을 대거 넘겨주게 돼 이런 재정 운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정이 정부의 성장률을 끌어내린다는 야당의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올해 1∼3분기 성장에 정부 기여도가 44%”라며 “과거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25% 안팎”이라고 대답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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