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는 어둠·무질서·미신·야만이라는 농담과 편견[책과 책 사이]

김종목 기자 2023. 11. 3. 15: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양 ‘중세’ 하면 ‘암흑시대’를 떠올린다. 주경철의 <중세 유럽인 이야기>(휴머니스트)와 댄 존스의 <중세인들 1·2>(이재황 옮김, 책과함께)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책이다. 주경철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찬란한 문화의 빛이 사그라든 후 칠흑 같은 어둠이 유럽을 휘감았다는 식”의 “잘못된 이미지가 덧칠”됐다고 말한다. “무질서 상태와 미신에 가까운 종교가 인간 정신과 사회를 옭아맨 몽매의 시대”란 설명을 구닥다리라고 말한다.

‘중세 이미지’는 유럽에서도 비슷한 듯하다. 존스는 중세가 “거창한 역사적 농담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 ‘중세적’이라는 것은 자주 더러운 용어로 안배된다. 특히 신문 편집자들은 이를 자기네가 어리석음, 야만성, 제멋대로의 폭력을 나타내고 싶을 때 손쉬운 도구로 사용한다.”

‘중세와 중세인’은 ‘현대와 현대인’과 비슷하다고 본다. 중세 때 기후변화, 대량이주, 유행병, 기술변화, 세계적 연결망이 발생했다. 존스는 로마인·프랑크인·아라비아인·몽골인 세력과 수행자·기사·건축가 집단의 흥망성쇠를 살피는 이 책에서 “우리 모두는 어떤 의미에서 중세의 자손이기 때문에 우리가 중세 사람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경철의 책도 사람에 초점을 뒀다. 무자비한 주먹을 휘두르는 바이킹 전사부터 새로운 사상 체계를 구축한 철학자, 병마에 시달리던 수많은 농민 등을 다룬다. 주경철은 중세를 “가공할 야만성과 지극히 세련된 문화가 공존하고 함께 발전”한 시대로 규정한다.

두 책은 ‘사람 이야기’다. 모두 ‘스토리텔링’을 표방한다. 존스는 ‘역사 크리에이터’, 주경철은 ‘역사 스토리텔러’다. 이 책들은 중세 책은 어둡고 무거우며 딱딱하리라는 선입견도 걷어낸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