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올라 다시 웃은 정유사들, 고금리· 중동분쟁은 부담

박상영 기자 2023. 11. 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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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올해 2분기에 실적이 고꾸라졌던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3분기에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수요 둔화로 4분기에는 실적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연결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56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1%(8599억원)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일 공시했다. 1068억원 영업손실을 거둔 전 분기 대비로는 1조6699억원이나 늘어났다.

영업이익이 껑충 뛴 데는 정유부문 실적 개선이 주효했다. 업황 개선에 따른 유가와 정제마진 상승 영향으로 정유 부문에서만 1조1125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정유사들의 실적도 좋았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191억원으로 2분기(361억원)보다 7.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도 858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364억원에 그쳤던 2분기에 비해서는 22.6배나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67.9% 증가했다.

정유사의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는 주된 이유는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로 통상 업계에서는 4~5달러를 손익분기점로 판단한다. 9월 셋째 주에는 15달러를 돌파하는 등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10월에도 1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4월에 2달러까지 떨어졌던 검을 고려하면 5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올 3분기 정제마진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면서 치솟았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원유 수요는 늘어나는 데 비해 주요 산유국들은 감산 정책을 지속함에 따라 정제마진은 뛰었다. 역내 생산설비의 가동 차질도 정제마진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억눌렸던 여행수요가 살아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분기 국내 항공유 수요는 930만 배럴로 전년 동기(676만 배럴)보다 37.6% 증가했다. 고유가 현상으로 정유사들이 수개월 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한 원유의 재고 평가이익도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4분기 전망에 대해 정유사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낮은 재고 상황이 유지되는 가운데 겨울철 비축 수요 증가와 중국 수요 회복 추세에 따른 수급 불균형 확대로 석유 사업 시황은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다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한 중동 정세 악화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제전망 기관들은 분쟁이 확대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유가는 단기적으로는 재고이익 상승으로 정유업계에 호재지만, 길어지면 소비 심리 자체가 위축될 경우 실적 악화로 돌아올 수 있다.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는 데다 올해는 따뜻한 겨울이 예상됨에 따라 정유사들이 3분기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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