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에 쏠린 눈…이-하마스 전쟁 이후 첫 공개연설 나서는 헤즈볼라 수장, ‘확전’ 부추길까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의 수장 사이드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공개 연설에 나선다. 최근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에서 무력 충돌이 증가한 데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강화하고 있어 헤즈볼라 수장이 ‘확전’을 공언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워싱턴포스트(WP) 등을 종합하면, 나스랄라의 연설은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에서 이스라엘과의 싸움에서 죽은 대원들을 기리기 위해 소집한 집회에서 중계된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나스랄라가 공개 연설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스랄라는 시리아, 이라크, 예멘 후티 반군 등 이란이 중동에 구축한 소위 ‘저항의 축’에서 존재감이 큰 인물이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전쟁을 벌였을 때도 대중 연설에 적극적으로 나서 탁월한 연설가란 평을 받고 있다. 한 헤즈볼라 관계자는 나스랄라가 이번 전쟁에선 왜 아직까지 연설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매 순간 가자지구 상황을 관찰하면서 헤즈볼라의 전투를 감독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 건) 그러한 관리의 일부”라고 답한 바 있다.
이처럼 말을 아끼던 나스랄라가 연설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그가 내놓을 발언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헤즈볼라가 이번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는 개전 직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헤즈볼라의 군사력은 하마스의 약 10배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는 만큼 헤즈볼라가 개입한다면 이스라엘 북부 국경으로 또 하나의 전선이 형성된다.
이미 선전포고만 하지 않았을 뿐 지난달 7일 이래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주고받은 공격은 양측이 마지막 전쟁을 벌였던 2006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헤즈볼라 대원 약 50명이 숨지고 레바논 남부의 민간인들이 대피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여러 전선에서 싸울 준비가 돼 있으며 필요하다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에 대한 작전을 즉시 실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동안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모두 갈등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것만큼은 피하려 한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헤즈볼라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헤즈볼라의 공격은 이스라엘군을 바쁘게 만들면서 대규모 확대는 피하는 수준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경제난에 빠진 레바논이 전쟁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나스랄라가 이날 연설에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연설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에서 전투가 한층 더 격렬해진 점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지난달 29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드론을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헤즈볼라가 미사일로 드론 격추에 성공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이어 지난 2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내 19개 지점을 동시에 타격했고, 자폭 드론을 최초로 동원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이 최근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전개하며 하마스 대원과 민간인을 살상하고 있다는 점도 헤즈볼라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헤즈볼라 내부에서는 조바심이 커졌으며, 레바논의 유명 가수가 헤즈볼라의 행동을 촉구하는 노래를 내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헤즈볼라를 연구하는 아말 사드 카디프대 교수는 며칠 전 헤즈볼라가 가자지구 주민과 하마스 대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주목했다. ‘이슬람 저항의 무자헤딘’ 명의로 된 이 편지에는 “우리의 손은 당신의 손과 함께 방아쇠 위에 있다. 당신과 우리의 순교자들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적혔다. 사드 교수는 “이러한 편지는 2006년, 2017년 이외에는 등장한 적이 없다. 전쟁의 새 국면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조만간 새 방공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시리아가 헤즈볼라에 러시아제 미사일 방어 시스템 SA-22를 제공하기로 동의했다는 첩보를 확보했다. 원래는 러시아가 시리아를 위해 제공했으나, 시리아 내에서 활동하는 바그너그룹이 이를 헤즈볼라로 옮겨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헤즈볼라와 바그너그룹은 시리아에서 알아사드 정권을 위해 일하며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민병대인 ‘이맘 후세인 여단’도 헤즈볼라를 지원하기 위해 레바논 남부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이맘 후세인 여단이 시리아 정규군 4사단에 편입돼있던 이라크 출신 시아파로 구성돼있다고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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