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행장 밀어내고 ‘온실’ 공사 한창…‘계속되는 기적?’

김경진 2023. 11. 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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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위성 사진으로 베일에 싸인 북한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연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상업 위성 플래닛랩스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활용하는데, 지상의 가로 세로 0.5 미터 크기 물체의 식별이 가능한, 기본적인 군용 정찰위성 수준입니다. 대상 선정과 분석 작업은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 연중 함께 합니다. 이번 순서에서는 비행장을 밀어내고 짓고 있는 북한 강동 온실농장 공사 현장을 들여다봅니다.


지난 2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 강동 온실농장 착공식에 참석해 직접 첫 삽을 떴습니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평양 강동 지역에 수백여 개의 온실을 만들어 평양 주민들에게 사시사철 푸른 채소를 보장할 것이라며, 착공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평양 강동 온실농장 조감도 (자료 : 조선중앙통신)


위성을 통해 강동 온실농장의 현재 공사 진행 상황을 들여다봤습니다.


원래 280헥타르, 85만 평 부지에 강동비행장과 공군시설이 있었지만, 모두 철거됐고, 토양 재배 온실과 수경재배 온실, 부대시설이 빠른 속도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온실을 짓기 위해서 농경지도 일부 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영상분석센터장은 "공사 상황을 보면, 올해 말쯤 준공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준공식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치적 행사를 크게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평양 인근에는 원래 화성지구에 채소를 공급하는 큰 온실농장이 있었는데, 화성지구에 1만 세대 아파트를 새로 지으면서 기존 농장들이 철거됐고, 대신 평양 외곽에 대규모 온실 농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비행장을 밀어내고 대규모 온실 농장을 짓는 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2022년엔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에 연포비행장을 밀어내고 연포 온실농장을 지었습니다. 북한은 230여 일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온실 농장을 건설했다고 밝혔는데, 김정은은 준공식에서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약 277헥타르, 80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 수경재배 온실 18동과 토양 재배 온실 800~900동이 건설됐고, 1,000세대 살림집과 부대시설, 학교, 문화회관 등이 들어섰습니다.


2019년에는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지구에 경성 비행장과 비행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중평 온실농장을 지었습니다.

200헥타르, 약 60만 평 부지에 수경재배 온실 20동과 토양 재배 온실 320동 등을 지었고, 590여 세대의 살림집과 부대시설, 학교 등도 들어섰습니다.

2019.10.18.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경성군의 중평남새온실농장을 시찰하는 모습


북한이 이렇게 비행장을 없애고 대규모 온실을 짓는 이유는, 우선 비행장 시설이 노후화돼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신형 비행기를 도입하지 못한 지 20년 가까이 돼서 노후화가 심하고 유류 도입 문제도 있기 때문에 북한 공군의 활동이 거의 없다"며 "전력 재배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으로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 상대적으로 치중할 것으로 보여, 유휴 비행장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건설 측면에서도, 비행장이던 곳은 땅이 넓고 지리적으로 요충지여서 활용도가 좋다는 평가입니다. 농작물 생산과 수급이 인근 지역이 원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포온실농장 운영에 필요한 기재와 설비들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월 13일 보도


다만 온실 농장을 운영하려면 석탄 등 땔감이 필요한데, 운영 자재와 땔감 부족이 만성화돼 있어 온실농장 생산량은 계획량보다 적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온실 농장을 짓기 위해 농경지가 사라진 것도 문제입니다.

정성학 센터장은 "위성 사진 분석에 따르면, 온실농장 3곳 조성을 위해서 약 400여 헥타르, 120만 평의 농경지도 함께 사라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사라진 농경지 손실만 놓고 보더라도, 대규모 온실농장의 채소가 양식으로 쓰일 곡식 생산을 대체할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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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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