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같던 세 아이 엄마, 7명에 새 생명 선물하고 떠나

이지운 기자 2023. 11. 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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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장기기증을 하자."

생전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해 온 세 자녀의 어머니가 지난달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조 씨가 생전 장기기증 관련 뉴스를 볼 때면 "혹시 우리에게 저런 일이 생기면 고민하지 말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증하자"고 얘기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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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서울 은평구 은평성모병원에서 7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고 조미영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마지막 순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장기기증을 하자.”

생전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해 온 세 자녀의 어머니가 지난달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기증자 조미영 씨(47·사진)가 지난달 1일 서울 은평구 은평성모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과 좌우 폐, 간장, 좌우 콩팥, 좌우 안구를 기증한 뒤 숨을 거뒀다고 3일 밝혔다.

조 씨는 9월 24일 교회에 다녀온 뒤 지인들과 차를 마시던 중 어지럼증을 느꼈다. 조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뇌출혈 진단을 받은 뒤 치료를 받았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조 씨의 남편 이철호 씨는 같은 날 의료진에게 ‘오늘이라도 바로 사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기기증이 가능할지 문의했다.

조 씨가 생전 장기기증 관련 뉴스를 볼 때면 “혹시 우리에게 저런 일이 생기면 고민하지 말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증하자”고 얘기해왔기 때문이다.

고 조미영 씨 가족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고 조미영 씨 가족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조 씨의 세 자녀도 “한 줌의 재로 남겨지는 것보다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살아 숨쉬는 것이 엄마가 바라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해 이 씨의 의견에 동의했다.

조 씨는 경남 하동에서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지인들은 그를 늘 먼저 인사를 건네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조 씨는 세 자녀에게는 든든한 엄마였고, 남편 이 씨에겐 자상하고 배려심 많은 아내였다.

고 조미영 씨 가족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남편 이 씨는 조 씨를 “둘도 없는 천사 같았던 아내”로 기억했다.

그는 조 씨에게 “가슴 속에서 항상 옆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게. 아이들 걱정 말고, 하늘나라에서 우리 잘 지내고 있는지 지켜봐줬으면 좋겠어. 나중에 다시 만나면 신랑 고생했다는 말 듣고 싶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큰딸 이현주 씨는 “엄마는 착하고 예쁘고 항상 우리를 먼저 생각해주시는 분이었다”며 “엄마의 딸이어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늘 기억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약속한 기증자와, 그 약속을 이뤄주기 위해 기증에 동의해주신 유가족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소중한 생명나눔의 실천이 잘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 서울 은평구 은평성모병원에서 7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고 조미영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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