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대학생들, 한국관 들어서자마자 한국말로 "한국 사랑해요"
"샤르자 세종학당, 한국 문화 전파 거점 역할 기대"
(샤르자=뉴스1) 김정한 기자 = "한국관을 찾는 학생들이 이곳에 들어와 앞다퉈 하는 말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국 사랑해요'라는 한국말이다. 거의 매일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말 한두 마디쯤은 해야 하는 것이 UAE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2일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의 엑스포 센터 샤르자에서 진행 중인 '제42회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의 한국관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이곳 현장에서 중동의 '한류 붐'을 힘을 실감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 한국관은 밝은 웃음소리와 들뜬 목소리로 가득했다. UAE 대학교에서 부전공으로 한국어 통역 과정 클래스에 있는 대학생들 30여명이 방문했던 것이다.
이들을 인솔한 김지혜 UAE 대학교 한국어 전임강사는 몹시 들뜬 표정으로 "한국 책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던 샤르자국제도서전에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무척 감격스럽다"며 "현재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관은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방문하고 싶은 선망의 장소"라고 말했다.
UAE 대학교에서 부전공으로 2년째 한국어 통역 과정을 공부 중인 파티마 하산 알 마르주키와 모자키 모자 카미스 알 메흐르지는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다"며 "좋아하는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언어를 통해 양국 문화 교류에 기여하고 싶다"고 당당하고 또렷하게 포부를 밝혔다.
역시 한국어 통역 과정 일행의 일원인 아마니 알카비, 파트마 알하드라미, 루브나 주마는 "이곳에 와서 보니 한국 문화만큼이나 한국 책도 다채롭고 예쁘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간단한 한국말 하기가 유행이다. 이번 기회에 만난 다양한 한국의 책들을 통해 더 많은 한국의 문학과 문화를 직접 만나볼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관에서는 UAE 사람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거의 매일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음악을 듣고, 한국 영화를 감상한다고 말한다. BTS, 블랙핑크, 뉴진스, 아이브, 트와이스 등 한국 팝그룹과 박은빈, 이유미 등 대중문화 스타들의 이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아흐메드 알 아메리 샤르자도서청장(CEO)은 아랍에미리트(UAE)에 부는 K-열풍에 대해 "이곳 사람들은 KFC조차 '코리안 파이트 치킨'(Korean Fight Chicken)이라고 받아들인다"며 웃었다. 한국인들이 양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전투하듯 닭고기를 먹는 모습에서 나온 말이란다.
샤르자국제도서전 한국관의 높은 인기는 우리 정부와 문화체육부, 대한출판협회, 주아랍에미리트 한국대사관과 총영사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회, 한국문화번역원, 주아랍에미리트 한국문화원,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그리고 많은 작가와 출판사 등 많은 기관과 출판인, 한국관 현장 스태프, 그리고 무엇보다도 UAE 현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이 만들어낸의 합작품이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을 계기로 체결한 '한-아랍에미리트 문화협력 양해각서'에 따라 양국은 상호 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가하게 됐다. 샤르자는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가해 중동의 다양한 출판문화를 선보인 바 있다.
UAE는 중동 지역 내 대표적인 문화산업 강국으로 중동지역권에서 한국 문화 확산을 위한 전진기지로 가장 적합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UAE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샤르자는 UAE의 문화 허브로 최근 출판을 국가산업으로 육성해 출판 국제교류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한국관은 이러한 양국관 문화 교류가 실제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살아 있는 현장이다. '우리는 책을 얘기한다'(We Speak Books!)라는 이번 도서전의 슬로건이 여기서 제대로 위력을 발휘한다. 불과 5분 전만 해도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한국 책'이라는 작은 매개체를 통해 서로의 관심을 나누고, 공통점을 발견하고 기뻐하고, 차이점을 알고 신기해 한다.
관람객 암나 알시시는 "한국이 이번 도서전의 주빈국이라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워 한국관에 왔다"며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문화는 서로 다르지만 가정을 중시하고, 어른을 공경하고,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는 점 등의 일상 속 사고방식은 우리 UAE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혜 강사는 "이전 샤르자 국제도서전에서는 한국 책 한권 볼 수 없던 것이 비하면 이는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다"며 "한국 정부와 문병준 두바이 총영사님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분이 이번 한국관 준비에 물심양면으로 힘써 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샤르자도서청에서는 환영 리셉션이 열렸다. 샤르자에서는 샤르자 통치자인 술탄 국왕의 딸 보두르 공주와 아흐메드 알 아메리 샤르자도서청장(CEO) 등 많은 인사가 참여해 주빈국 한국의 관계자들을 뜨겁게 환영했다. 한국에서는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그리고 작가들과 출판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특히 샤르자 도서청은 '인그램 콘텐트 그룹'(Ingrm Content Group)의 맞춤형 책을 제작 시스템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콘텐츠 데이터만 있으면 누구나 원하는 수량으로 책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획기적인 공정이다.
알 아메리 샤르자 도서청장은 "이번 샤르자 국제도서전이 한국의 주빈국 참여로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되고 있다"며 "진정한 문화 교류의 장에서 많은 새로운 스토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극 문체부 차관은 샤르자 도서청의 환영사에 이어 "UAE와 샤르자의 환대와 물심양면의 지원과 적극적인 협조에 감사한다"며 "한국과 UAE 간 협력은 도서전을 넘어 문화 전반, 예술 관광 등으로 협력의 지평을 넓혀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UAE와 중동 지역에서 한류 열풍이 거세다고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번 도서전에서도 전시된 도서는 총 79종이다. 비록 작은 출발이지만, 작가와 공연자들이 다양한 대화, 공연, 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이 작은 불씨를 큰불로 타오르도록 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샤르자 현지에 거점 세종학당 설립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지난 5월23일 체결된 세종학당재단과 샤르자 정부관계부의 양해각서(MOU)는 △중동지역 거점 세종학당 설치 및 운영 △아랍에미리트 내 한국문화 확산 및 한국어 교육기관 대상 학습자료 지원 △중동지역 한국어 교원 역량 향상을 위한 재교육 △재단이 주관하는 한국어 평가인 세종한국어평가(SKA)의 활용을 협력 사항 등을 포함한다.
김지혜 강사는 "한국 소프트문화의 저력에 힘입어 UAE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샤르자에 설립될 세종학당은 이러한 한국어 열풍의 진원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은 1일 개막, 12일까지 지속된다. '샤르자국제도서전'은 올해로 42회를 맞은 중동 최대의 책 축제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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