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폭스뉴스에 “아랍계 미국인 ‘혐오 발언’ 사과하라”
미국 방송사 폭스뉴스가 아랍계 미국인에 대한 뉴스 진행자의 혐오 발언을 여과없이 내보낸 데 대해 백악관이 3일(현지시간)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전날 밤 폭스뉴스 인기프로그램 <더파이브> 진행자인 제시 워터스는 하마스에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인의 포스터가 미국 내에서 훼손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아랍계 미국인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워터스는 “만약 당신이 아랍계 미국인인데 유대계 미국인의 인질 사진을 뜯어낸다면, 누군가로부터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폭스뉴스는 동료 미국인의 권리와 존엄을 공격한 것에 대해 모든 시청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일리노이주에서 여섯살 팔레스타인계 소년이 공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무슬림과 아랍계 미국인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했다.
워터스의 문제 발언은 이 뿐이 아니었다. 그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인을 구분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그들은 똑같은 것을 믿는다. 팔레스타인들이 하마스를 정부로 뽑았고, 그들은 유대인을 죽이는 것을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중동을 지원해 부유하게 만들었으나 “이제는 할 만큼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서구와 서구의 기술이 중동을 만들었다. 우리가 석유를 땅에서 퍼올렸고, 우리 군대가 전 세계로 운반되는 석유를 보호하면서 그들을 부유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베이츠 부대변인은 이를 두고 “아랍계 미국인과 무슬림 세계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미국에서 혐오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주며,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적 이슬람포비아 반대 전략을 처음으로 공약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폭스뉴스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CNN 등은 보도했다. 워터스는 극우 방송인 터커 칼슨 전 앵커가 폭스뉴스에서 해고된 이후 그의 후임으로 낙점돼 간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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