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흔 하나로 살인 의도 밝혀냈다…순경 출신의 이례적 특진 활약

이강준 기자 2023. 11. 3. 13: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일 제75주년 과학수사의날을 맞아 경감으로 특진한 김성민 강원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관은 경찰 안팎에서 혈흔 분석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수사관은 강원청에서 전국 최초로 혈흔형태분석팀을 운영했다.

16년 경력의 혈흔형태분석 전문가 김 수사관은 관서 바깥 사건인데도 이날 살인 사건을 재구성하기 위해 지원을 나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성민 강원경찰청 형사과 경감(왼쪽에서 세번째)이 3일 제75주년 과학수사의날 기념식에서 과학수사대상을 수상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경찰청

3일 제75주년 과학수사의날을 맞아 경감으로 특진한 김성민 강원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관은 경찰 안팎에서 혈흔 분석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수사관은 강원청에서 전국 최초로 혈흔형태분석팀을 운영했다. 그의 분석 실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져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그를 초빙하기도 했다.

김 수사관은 그가 담당했던 사건 중 2020년 부부간 발생했던 살인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남편이 부인을 살해한 사건인데 당시 남편은 실수였다며 '과실치사'를 주장했다.

16년 경력의 혈흔형태분석 전문가 김 수사관은 관서 바깥 사건인데도 이날 살인 사건을 재구성하기 위해 지원을 나갔다. 그가 혈흔 분석을 진행한 결과 남편이 의도적으로 부인을 죽일 수 밖에 없던 증거들이 쏟아졌다.

혈흔형태분석은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의 크기·모양·방향·분포 등을 분석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재구성하는 업무를 뜻한다. 살인 사건 등에선 이 분석 없이는 어떻게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는지 명확히 규명할 수 없다. 김 수사관은 부부간 살인 사건으로 법정에서 직접 증언까지 나서는 등 남편이 부인을 의도적으로 살해했다는 걸 입증했다.

/사진제공=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연구소

김 수사관은 바쁜 시간을 쪼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에도 힘쓴다. 그는 초·중·고등학교에서 화학 작용 산화와 환원을 이해시키기 위한 '동전 도금 실험'의 화재 위험성을 입증해 교육부가 향후 교육과정에서 이 실험을 제외하도록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이 실험을 실시한 학교 실험실에서 별다른 외부 요인없이 자연적으로 불이 났다. 별다른 재산·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실험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걸 아는 이는 없었다.

김 수사관은 3~4개월간 연구 끝에 대부분 실험을 마치고 뒷정리를 하기 위해 각종 수용액과 동전을 닦아낸 화장지에서 자연발화해 불이 났다는 걸 발견했다. 짧게는 1분만에도 화장지를 담아둔 쓰레기통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김 수사관은 도금 실험에서 발생한 수산화나트륨이 아연을 만나 물과 반응하면 자연발화하는 물질인 과산화나트륨이 생긴다는 것을 규명했다. 그는 이를 논문으로 작성해 학계에 발표했고, 이후 교육계에서는 이 실험을 더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 수사관은 이 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올해 과학수사대상을 수상했다. 경위였던 그는 경감으로 특진했다. 순경 출신 경찰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김 수사관은 "예전엔 과학수사쪽 업무가 사각지대, 한직이라는 이미지가 많았다"면서도 "이젠 경찰청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고 범죄 수법의 발전으로 (국민) 관심도 크게 늘어나다보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과학수사관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오전 '제75주년 과학수사의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개인정보보호경영시스템 국제표준(ISO) 인증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부산·경남지역에서 발생한 변사·살인사건의 변사체를 검안·부검해 사망 원인을 밝히는 등 법의학 분야 발전에 이바지한 허기영 부산대학교 교수에 '법의학 대상'을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 증거물 유전자분석·과학수사관 전문화 교육 등으로 법과학 분야 발전에 이바지한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과에 '법과학 대상'을 수여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