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고도화…ADAS도 '레벨 업'이 필요하다
(지디넷코리아=장경윤 기자)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이 또 한번 변혁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간 일본, 독일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도입돼 온 '레벨3' 자율주행차 시장이 최근 그 영역을 넓히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일례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하반기 미국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2024년형 S클래스와 EQS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이르면 올 연말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를 잇따라 상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규정에 따라 총 6단계로 나뉜다. 레벨0에서 레벨5로 갈수록 완전한 자율주행 상태에 가깝다. 현재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보편화된 기술은 레벨2다. 레벨2는 차량이 방향 및 속도 등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으나, 운전자가 항시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레벨3은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시작점으로 여겨진다. 레벨3에서는 고속도로 등 특정 구간에서 차량이 주행을 담당하며, 운전자는 위험 상황 발생 시에만 개입한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항상 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전 단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자율주행 시대, ADAS도 성능 고도화돼야
물론 자율주행 시장이 레벨3, 나아가 레벨 4·5로 진화하기 위한 과정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놓여있다. 차량의 기능 및 책임이 강조되는 만큼 더 정확한 상황 감지, 정밀한 차량 제어 기술 등이 요구된다. 현재 상용화된 레벨3 자율주행차만 하더라도 안전상의 이유로 각국 정부로부터 시속 60km의 제한을 받고 있다.
이에 주목받는 기술이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이다. ADAS란 운전자의 주행 편의성 및 안전성을 높이는 기능을 총칭하는 용어다. 보행자를 감지 및 회피하거나 차선 이탈을 경고하고, 사각 지대를 감지하거나, 필요 시 비상 제동을 거는 등 다양한 기능이 ADAS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ADAS는 단순히 차량을 보조하는 것이 아닌, 운전자의 안전을 지키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2017년 공개한 리포트에 따르면, 전방 충돌 경고 및 자동 응급 제동 장치를 갖춘 자동차는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차에 비해서 전방 추돌 사고 발생률이 50%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ADAS 기술도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는 흐름에 발맞춰 성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레벨3의 사전적 의미에서 볼 수 있듯이,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는 운전자보다 차량이 안전에 대한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ADAS 성능, 반도체에 달렸다
그렇다면 ADAS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ADAS가 차량 내·외부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기 위해선 더 많은 고성능 카메라와 레이더·라이다 등의 센서가 탑재돼야 한다. 차량 전방위에 카메라를 배치하면 시야를 360도로 확보해 정면 충돌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각 지대 및 인접 차선에 대한 주의를 높일 수 있다.
카메라 및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 능력도 중요하다. 도로 상에서는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돌발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자율주행차는 정확하고 빠른 상황 판단과 더불어 이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다만 이러한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종 센서와 처리 시스템을 연결하고, 데이터를 메모리로 전송하고, 분류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동기화하는 등 많은 도전과제가 남아 있다.
결과적으로 차량 내 비전시스템 및 데이터 처리를 지원하는 SoC(시스템온칩)의 성능이 ADAS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SoC는 여러 특화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반도체다.
ADAS 최적화를 위한 TI의 SoC 솔루션
예를 들어 해외 주요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TDA4VH-Q1' 프로세서는 여러 I/O(입출력단자)와 MCU(마이크로프로세서유닛),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AI 가속기, LPDDR(저전력D램) 등을 집적했다. 이를 통해 컴퓨터 비전 분, 네트워크 처리, 자동차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및 안전 마이크로 컨트롤러(MCU) 등의 기능을 통합했다.
이 같은 SoC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뒷받침돼야 한다. 앞서 기술한 ADAS의 인지 능력 강화를 위해, 미국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 '팬텀 AI(Phantom AI)는 TDA4VH-Q1용 멀티카메라 비전 인식 시스템 팬텀비전(PhantomVision)을 개발한 바 있다.
팬텀비전은 차량, 여유 공간, 교통 표지 및 신호등 등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공사현장, 방향 지시등 감지, AI기반 자율 경로 예측 등의 추가 기능도 함께 지원한다. 해당 기능들은 TDA4VH-Q1를 통해 실시간으로 작동될 수 있다.
나아가 TI는 ADAS 기술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Jacinto 7 프로세서 플랫폼'을 구축했다. Jacinto 7 프로세서 플랫폼에는 앞서 기술한 ADAS 외에도 자율주행의 또 다른 필수조건인 게이트웨이(서로 다른 통신망,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기술)용 SoC가 포함돼 있다.
이 플랫폼은 Jacinto 7 프로세서와 더불어 프로세서 전처리 데이터와 결합된 분석자료, 통합된 안전성 기능 등을 지원한다. 덕분에 ADAS 및 게이트웨이 시스템 설계를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및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된다면 레벨 2 이상의 자율주행을 위한 멀티센서 ADAS 구축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슈퍼컴퓨터 등을 활용해 자율주행 성능 향상에 주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이 보다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능 안전 요구 사항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DAS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진다면 더 많은 자동차가 ADAS 기능을 탑재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운전자 및 보행자가 더 안전하고 나은 경험을 제공받게 될 것이다.
장경윤 기자(jkyo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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