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돌 풍월당과 독일 ‘궁정가수’ 칭호 받은 베이스 연광철이 손잡고 선보인 ‘고향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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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한 클래식 음반 매장 '풍월당' 5층 강의실.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카머젱거(Kammersanger·궁정가수)' 호칭을 받은 세계 최정상급 성악가 연광철(58·베이스)의 첫 한국 가곡 음반 '고향의 봄'에 담긴 마지막 곡이다.
신미정은 "유럽 가곡과 달리 한국 가곡은 제가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시어 하나 하나가 어떤 감정일지 느껴지고 다가오는 뭉클함이 있다"며 "이번 음반 작업 과정이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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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번 음반이 나온 데는 클래식 음반매장으로 출발해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방이자 오아시스 같은 문화 마당으로 자리잡은 지 20돌을 맞이한 ‘풍월당’의 역할이 컸다. 한국 가곡이 1990년대 들어 인기가 식고 점점 잊혀져가던 점을 안타까워하던 풍월당 박종호(63) 대표가 가곡 부활을 위해 연광철과 손잡은 것이다. 우리 시와 서양 음악이 결합된 가곡은 1920∼80년대 인기를 끌었으나 90년대 들어 시들면서 특히 젊은 세대에선 잊혀지다시피 했다.
박 대표의 뜻에 공감한 풍월당 회원 200여명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제작비가 마련됐고, 풍월당은 최초로 자체 음반을 제작할 수 있었다. 유럽무대로 활동하며 피아노 듀오(‘신박듀오’)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신미정(40)이 반주를 맡았다.
이날 음원과 함께 전 세계 동시 발매된 음반에는 ‘비목’, ‘청산에 살리라’, ‘그대 있음에’, ‘내 마음’, ‘옛 동산에 올라’, ‘그집 앞’, ‘진달래꽃’, ‘고향의 봄’ 등 우리의 심금을 울린 대표적인 명곡 16곡과 주목받는 작곡가 김택수(43)에게 위촉한 신작 ‘산 속에서’(나희덕 시), ‘산복도로’(황경민 시) 2곡이 담겼다.
얼마 전 작고한 박서보 화백의 단색화 ‘묘법 No.980308’을 박서보재단으로 후원받아 만든 음반 표지도 눈에 띈다.
수록된 18곡의 가사는 영어, 일어, 독일어 3개 국어로 번역해 음반에 함께 담았다. 정새벽(영어), 요시카와 나기(일본어), 박술(독일어) 전문 번역가가 우리 시의 독특한 정서와 아름다움을 각 언어권 독자들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옮겨냈다. 다음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연광철이 직접 들려주는 ‘고향의 봄’을 감상할 수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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