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낯선 미국이라 오히려 감흥도 커진 '어쩌다 사장3'
[엔터미디어=정덕현] "아마 김밥 맛이 조금 다를 수 있어요. 왜냐면 저희가 만들었거든요. 하지만 대신에 저희는 많은 사랑을 넣었고요... 더 특별하니 맛있게 드셔주세요." 한효주가 미국인 단골손님에게 김밥을 팔면서 사랑스러운 농담을 던진다. 그러자 그 어르신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늘 보던 사장님 대신 다른 사람들이 가게를 잠시 맡아 하고 있어 어색해하던 단골손님의 마음이 풀어지고 따뜻해지는 게 느껴진다. 이게 바로 tvN 예능 <어쩌다 사장3>가 가진 맛이다. 강원도건 전라도건 혹은 미국까지 가서도 그 맛은 변치 않았다.
갑자기 스케일이 커져 미국까지 날아온 <어쩌다 사장3>. 차태현과 조인성 그리고 한효주, 윤경호, 임주환은 한인 마트의 모든 게 낯설다. 꽤 규모가 크지만 시스템은 어딘지 옛날 방식이라 상품 하나하나마다 일일이 스티커로 붙여진 가격표로 계산을 해야 해서 이를 맡은 차태현은 멘붕 그 자체다. 캐셔로 곱하기를 입력하는 방법을 몰라 당황하고, 심지어 현금 계산을 할 때는 단골손님들이 그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 마트에서 유독 인기가 있는 김밥 때문에, 가게는 아침부터 '김밥 천국' 아니 직원들에게는 지옥이 펼쳐진다. 싸 놓으면 금세 다 나가버리는 통에 아침밥도 못 먹고 김밥만 계속 말던 조인성은 거길 못 벗어난다고 푸념하고, 결국 혼자 말던 걸 임주환, 차태현, 윤경호까지 합류해 함께 김밥 천국 시스템을 연출한다.
하지만 더 난관인 건 언어소통이다. 한효주를 빼고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손님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기도 어렵다. 그래서 영어가 능숙한 한효주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영어를 해야 하는 외국인 손님들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한효주가 다가가 말을 걸고, 그러면 분위기가 금세 풀어진다. 김치를 담기 위해 액젓을 사러 온 미국인이 대전에서 산 적이 있다고 말하자 자신은 청주 사람이라며 충청도라는 지역의 공감대를 이끌기도 하고, 귀여운 아이와 함께 온 일본인 손님에게는 일본어로도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이 쉽지 않은 언어소통은 의외로 그 어려움을 넘어섰을 때 더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랜 타지 생활에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은 한인분들이 오히려 그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 말에 한효주가 그렇지 않다며 한국말이 완벽하다고 응대해주는 장면이나, 조인성이 그곳에서 50년을 사셨다는 손님에게 "마흔밖에 안되셨는데 50년을 사셨다고요?"라고 기분 좋은 농담을 던지는 광경이 그렇다.
점심시간이 되면서 마트 한 편에서 판매를 시작한 대게라면을 먹으러 온 손님들 역시 <어쩌다 사장>이 그간 해왔던 그 지역 주민들 간의 훈훈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따로 앉아 있던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붙여 함께 앉아 나누는 대화가 그렇고, 외국인과 함께 온 2년 차 유학생이 자리가 없어 서 있자 스스럼없이 합석을 제안하고 대화의 물꼬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그곳에서 32년을 사신 한인분이 보여주는 따뜻한 마음이 그렇다. 아마도 <어쩌다 사장3>가 아니었다면 기회가 없었을 친목의 시간이 이곳에서는 말 그대로 '어쩌다' 펼쳐진다.
예고편에 이미 살짝 등장했지만, 이런 광경은 이제 이 한인 마트에서 계속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함께 식사를 하며 초면이지만 합석을 하기도 하고, 앞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어쩌다 사장3>는 그래서 미국까지 날아갔지만 마치 강원도나 전라도에서 이 프로그램이 보여줬던 마트의 정경을 고스란히 소환해낸다.
어쩌면 이 분들은 이런 소통의 시간이 못내 그리웠을 지도 모른다. 이 마트의 사장님이 남기고 간 메모에 있었던 것처럼, 이곳을 찾는 분들 중에는 이제는 한국말이 서툴러도 간간이 한국말을 하고픈 마음에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오히려 미국이고 언어소통이 쉽지 않아서, 그걸 뛰어넘어 이들이 함께 그 장벽을 뛰어넘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함께 웃고 때론 마음을 나누는 이번 시즌이 줄 감흥은 더 커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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